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어느덧 불어온 미세먼지와 황사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몇 달간 우리 대학에서 일어났던 일들도 되돌아보면 지금의 날씨와 비슷해 보인다. 몇 차례 학교 측과 학생들이 만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전체’ 학생과의 면담이라는 조건을 두고 대립했다. 결국, 학교는 ‘전체’ 학생과의 대화는 시공간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며 다만 단과대 별로 만나는 것은 당장에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과대별 면담에서도 학생들은 총장이 아니라 부총장이나 학장과 대화하도록 계획이 되어있다. 즉, 전체 학생과의 면담이 시공간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였다.
학교 측의 실제 이유는 학생들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학생들이 총장의 차를 막았던 것과 같은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학생처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전체 학생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었을 경우, 일부 과격한 학생들을 누가 막을 수 있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를 두고 학생대표자 측은 학교 측의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안드레(정치외교09) 총학생회장은 “도대체 왜 학교는 학생들을 가해자로만, 위험한 인물들로만 보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학내 사태의 앞에 서 있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불신은 심각해 보였다. 그러나 이는 대화 거부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총장과 대화를 원하는 대다수의 학생은 과격하지 않다. 대부분은 그저 진솔하게 대화하기를 원한다.
만약 겨우 성사된 대화의 자리에서 일부 학생들이 과격한 행위로 그 자리를 망친다면 학생 사회 내부에서부터 비판받지 않을까. 학교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뿌연 하늘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최근 교내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위험한 사람들로만 보고 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맑은 하늘은 비가 와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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