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요즘 장안의 화제는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열풍이다. 대통령까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애국심 고취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드라마라며 극찬했다. 발언 다음날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세트장을 방문했다. 문화체육부 등 정부관계자들과 한국관광공사는 ‘태후’ 국내 촬영지 관광상품화를 발표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철거된 세트장에 대해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매년 3월, 양회(兩會)라 불리는 국회가 열린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총리를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해 국가예산을 심의하고 비준하는 중요한 정치행사다. 그런데 2년 전, 엉뚱하게도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양회의 중심 화제가 됐다. 발단은 이렇다. 중국 공산당 왕치산(王岐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보고를 받는 공식자리에서 ‘별그대’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왜 중국을 점령했는지, 미국과 유럽에도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사실 왕 서기가 지적한 내용은 두 가지다..
‘문화의 동원성’문제와 ‘한국드라마의 우수성’이다. 특히 유불도중심의 전통사상과 문화를 드라마 속에서 적절히 활용하는 동시에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잘 홍보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같은 문화권인 한국은 가능한데, 왜 우리는 불가능한가?’라는 문제제기를 통해서 중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압박한 것이다. 다음 날 양회에서는 중국의 유명작가 모엔을 비롯해 펑지차이, 장궈리 등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계인사들이 이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만약 대통령 말 한마디에 관련부서의 장관과 문화정책이 춤을 추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매끄럽지 못하다. 대중문화의 성장과 발전은 정부나 국가지도자의 지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1990년 중반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각종 문화 매체에 대한 검열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한류라는 드라마열풍이 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 사회적 민주화 이후, ‘문화적 민주화’의 결과로 ‘문화한류’가 탄생한 것이다. “왜, 중국은 이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중국지도층의 비판에 중국의 유명 감독인 펑샤오깡은 ‘당국의 검열과 인가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영화가 검열당할 때마다 “전율로 마음이 떨렸다”고 고백했다. 배우 송단단도 “나의 날개와 상상력이 꺾였다”고 말했다.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자명해 보인다. 
 ‘태후’나 ‘별그대’를 뛰어넘는 ‘문화한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꼬~옥 하자! 타이완의 총통선거를 바라보던 중국의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남겨 타이완과 홍콩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춘화도를 바라보는 환관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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