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희종 교수 / 바른불교재가모임 대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가치 중의 하나도 생명존중입니다만, 생명의 소중함은 특정 종교만의 가치라기보다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생명의 존엄함이라는 가치에 대하여 굳이 더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채, 죽음을 멀리하고 오래 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한편, 생명체는 누구나 생로병사라고 하는 삶의 과정을 거쳐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고 사라져 갑니다. 태어나 죽지 않은 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래 살고 죽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오래 사는 것만이 생명 존중인지 조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처럼, 뭇 생명체가 어우러진 이 아름다운 생태계는 무수히 많은 선조들의 죽음이 전제됩니다. 불교의 최우선 가치 중의 하나인 생명존중이 단지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라서 무수히 많은 선조들이 죽지 않고 모두 살아있다면 지금 이 생태계는 아비규한의 지옥이지 결코 조화로운 상태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무조건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생명존중이 아니라 일종의 생명집착입니다.
선조들의 죽음을 통해서 아름다운 생태계가 피어나듯이, 우리의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조화로운 삶과 생태계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죽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또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아름다운 삶이 요구됩니다. 삶이란 생노병사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죽음은 생명체가 영위하는 삶의 마지막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름답고 당당한 삶의 자세야말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미래세대를 여는 길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존중입니다. 생명집착이 아닌 진정한 생명존중이란 우리 모두 아름답고 당당한 삶의 자세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고, 주변 또한 그런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각자 삶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깨어있는 주체적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존중이 아닐까 합니다.
대학의 바람직한 모습과 더불어 건강한 대학문화를 위해 50여일의 단식을 하면서도 목숨을 건지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당당히 걸어가는 삶의 자세를 보여준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진지한 삶의 자세로부터 진정한 생명존중이라는 가치의 참 모습을 본 것은 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동국대에서 희망을 봅니다. 생명집착이 아닌, 진정한 생명존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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