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미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국가간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가 실질적인 타결을 보게 되었다. TPP는 2014년 기준으로 전세계총생산(GDP)의 36%, 인구의 11%, 세계무역의 25%를 차지하는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서 통신(인터넷포함), 전자상거래, 국영기업 등 포괄범위가 넓고, 무역장벽의 철폐 정도 및 속도가 깊고 빠르다는 점에서 여타 자유무역협정(FTA)과 차이가 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된 이후 세계경제는 다자간협정보다는 자유무역협정 등 이해관계가 긴밀한 국가들간의 양자협상으로 국가간 경제장벽을 없애는 경향이 커졌고 우리 경제도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필두로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여 미국, EU, 중국 등 거대경제권(국가)과 협정을 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TPP는 그 포괄범위와 깊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우리 상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에서 미참여국인 우리에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국내총생산과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품인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거나 일본을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TPP협정문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현재 TPP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밝혀진 내용을 가지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누적(accumulation) 원산지(Rules of Origin)기준의 채택과 참여국에 단일원산지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참여국들 역내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기업으로부터 부품, 소재 등을 공급받던 참여국이 역내국가로 조달경로를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경제의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선점의 이득(early mover’s advantage) 상실과 신규 가입조건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그간 체결한 한-EU, 한-미, 한-중 자유무역협정(비준준비중) 등 거대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기업들은 그간 세계시장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관세 및 비관세장벽측면에서 상당한 혜택을 입어왔다. 그러나 이번 TPP의 타결로 이러한 선점의 이득이 무력화되게 되었다. 이번 달의 캐나다 대선과 내년의 미국대통령선거 등 주요 참여국들의 정치적 요인이 겹쳐 TPP 비준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신규로 참여할 경우 높은 수준의 개방과 기준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며, 기존의 기준마련에 참여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예상된다.    
2013년부터 미국은 유럽과 TTIP(환대서양무역투자협정) 협상을 추진중에 있으며, 중국 또한 일본, 인도, 우리를 포함하는 RCEP(포괄적지역경제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중 양국간 폐쇄적인 경제블럭화로 진전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수출로 선진공업국을 일으켜온 우리가 누적문제로 고민할 처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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