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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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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 <18> 볼리비아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천국을 마주하다

   
▲ 하늘과 사막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우유니의 석양은 가히 ‘천국’이라 불리울 정도로 아름답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나의 마음을 크게 흔든 일이 있었다. 영화에서 천국의 모습을 보았을 때였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이후 천국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하며 이래저래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는데, 천국의 특징은 항상 구름 위에 존재했고 그 위에 멋진 성벽과 건물이 있으며 항상 빛이 나는 곳이었다. 그러던 중 한번은 지구에 실제로 존재하는 천국을 보았다. 그곳의 이름은 우유니라고 했다.

우유니로 향하는 필수 관문, ‘고산병’
보통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보기 위해 그곳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행자들 사이에선 꿈의 장소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고 또 버킷리스트에 적어놓기도 한다.
물론 남미까지의 먼 거리 때문에 실제로 그곳에 가본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하지만 남미에 도달해 본 사람 중 이곳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정도로 이 지역은 남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이다.
아르헨티나의 기나긴 여행을 끝내고 또 기나긴 거리를 달려 볼리비아의 국경 지대에 도달했다. 계속해서 중간중간 들리는 마을에 쉬기도 하며 며칠을 이동한 끝에 결국 우유니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우유니 마을의 고도는 대략 3,700m 정도, 우리나라 한라산의 해발고도가 1,950m이니 약 두 배 가까이 되는 곳에 산 정상이 아닌 마을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도가 높은 마을에 오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예전에 높은 고도에서 축구경기가 열리면 낮은 지대의 선수들은 체력이 견디질 못해 지대가 높은 곳에서 적응 훈련을 한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 체력적인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제대로 실감한다.
숙소 계단을 20개 정도 오르니 거짓말처럼 숨이 가팔라지고 헐떡였다. 체력이 좀 저질이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바닥은 아닌데, 나도 적응 훈련이 필요한가 싶었다.

절반은 파란색, 절반은 흰색
밤에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 눈이 떠진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계속 잘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침대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 심호흡을 깊게 해야만 한다.
네팔, 안나푸르나 등반을 할 때도 오지 않았던 고산병이 우유니에서 제대로 도진 것이다. 정말이지 공기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는 나날이었다.
시간이 흐르니 고산병은 잦아들었고 본격적으로 우유니 사막 투어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금 우유니 사막은 우기가 아닌 건기다.
이 말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천국을 볼 수 없다는 뜻인데, 사실 우유니 사막에서 천국, 즉 하늘과 사막의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보기 위해선 비가 내려 땅이 젖어야만 가능하다. 땅에 물이 차지 않으면 하늘이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유니 마을의 수많은 투어 회사들을 각각 찾아가 “리플렉시온(Reflection)”을 외쳤고, 다행히도 그중에서 빗물이 고여 있는 지역을 찾아간다는 투어 회사를 발견! 바로 다음 날 우유니 사막 투어를 떠나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까지의 기나긴 이동 시간, 지끈지끈한 고산병, 힘들게 찾아낸 투어 회사까지, 모든 것이 순탄치 않았지만 지프차를 타고 광활한 우유니 사막을 달리는 순간, 이때까지의 고생들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눈앞엔 환희의 소금 눈이 소복이 쌓여갔다.

하늘을 반사시키는 거울, 우유니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은 정확히 흰색 반 하늘색 반으로 나뉘어 있었고 눈앞에서 시작된 흰색 세상은 하늘색 세상과 맞닿을 때까지 그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소금 사막을 또 얼마나 달렸을까, 세상이 갑자기 이중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두 쌍이다. 구름도 두 쌍, 사람도 두 쌍, 자동차도 두 쌍, 하늘도 두 쌍.
우유니의 ‘천국’은 심장을 멎게 할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 상에 이런 곳이 존재하다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천국이라고 말하는지 완전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천국에서의 석양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해가 지면 또 다른 밤의 천국이 찾아온다. 1박 2일 투어를 갔기 때문에 하룻밤은 소금 사막 호텔에서 묵는데, 한밤중에 숙소 밖으로 나와 올려다본 밤하늘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 밤하늘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이었다.
이렇게 별이 빽빽한 밤하늘을 그동안 본적이 없었다. 정말 1분에 한 번씩 별똥별이 떨어진다.
마치 검정 도화지에 우유니 소금을 잔뜩 뿌려놓은 것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밤이었다.
우유니에서의 세상은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는다. 소금은 하늘의 별이 되고 하늘은 발밑의 화경(畵鏡)이 된다.
 

김현석  생명과학전공15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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