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의 63%가 혼밥족 … ‘친구, 지인과 시간 조정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많아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A양은 강의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상록원으로 향한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자리에 앉은 그녀는 익숙하게 혼자만의 식사를 즐긴다. “공강 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A양과는 달리, 경영학부 B양은 혼자 밥 먹는 것이 편치 않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있을 것 같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B양은 “학생식당에서 혼밥 하는 것은 아직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오늘 점심도 편의점 빵으로 대충 해결한다.

혼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우리대학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가 ‘혼밥을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혼밥족의 증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7%에 불과해 학생들이 혼밥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반수에 달하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3회 이상 혼자 밥을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꼽은 혼자 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친구, 지인과 함께 밥 먹을 시간을 정하기 어려워서(39%)’라는 부정적 성격의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27%)’, ‘혼자 먹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서(22%)’ 등 ‘혼밥’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뒤를 이었다. 한편, 혼밥을 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58%)’, ‘개인적 부끄러움(20%)’ 등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창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혼밥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

‘혼밥’, ‘혼밥족’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1인 가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각자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식업계에서도 대학가를 비롯한 직장,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1인용 메뉴와 자리를 마련하며 ‘혼밥’ 문화를 이어나가는 데 동참하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혼자 밥 먹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원인을 “쫓기듯이 살아가는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 간 유대감이 단절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혼밥 문화의 확산은 사람들이 서로 단절되며 개인주의 성향이 심화되는 것을 증명한다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유 평론가는 이에 대해 “사회 속에서 개인의 고독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집단 속에 묶이거나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혼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밥족, 어디를 향하고 있나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의 비중은 27%로 2020년에는 최대 29.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인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혼자만의 시간’, ‘자신을 위한 투자’를 자연스러운 사회 문화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혼밥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양분돼 있다. 어쩔 수 없이 ‘혼밥’을 선택해야 할 만큼 여유 없는 사회라는 부정적 인식과 개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혼밥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연대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커뮤니티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생 5명이 혼밥족 학생들을 위해 만든 밥 약속 애플리케이션 ‘두리두밥’이 그 예이다.
현재 혼밥족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다른 혼밥족과의 만남도 가지면서 새롭게 그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듯 혼밥은 단순히 ‘혼자 먹는 밥’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식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부정적 고정관념이 개선되고 ‘외로운’ 혼밥족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 된다면 앞으로 혼밥 문화는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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