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출과정 문제의식에서 출발 … 씻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지만 견딜만”

▲ 26일째 조명탑서 고공농성 중인 최장훈 일반대학원 학생회장

성인 남성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크기, 5층 아파트 고도인 높이 15m에 그가 있다.

작년 12월부터 “종단의 총장선출 개입, 표절총장 반대”를 외쳤던 일반대학원 최장훈(정치학과 석사 3학기) 학생회장이 지난달 21일 새벽 3시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라갔다.

최 회장이 조명탑에 올라간 지 26일째(5월 17일 인터뷰 당시), 그간 학내에는 신임 이사장과 총장이 선출됐다. 최 회장을 만나 현재 상태와 학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공농성한지 벌써 26일째이다. 현재 상태는 어떠한가.

현재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다리 근육이 허벅지 쪽으로 뭉쳐서 허벅지가 조금 저리긴 하다.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다. 조명탑도 멀미할 정도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괜찮다. 지난 월요일(11일)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 조명탑 생활 중 가장 무서웠다. 다음날 학사지원본부장인 기계공학과 곽문규 교수가 한밤중에 찾아왔다. 곽 교수는 진동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 분이 여러 이론을 들며 “바람이 오래도록 세게 불면 조명탑이 부러질 것”이라고 소방차를 불러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특별히 고공농성을 택한 이유가 있는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극한 상황을 취해서 이사회가 압박을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또 하나는 학내 사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극단적인 모습이라도 보여 여론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 학내 문제가 해결이 쉬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고공농성 한 달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여기 올라온 순간 인권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화장실도 없고, 수도꼭지도 없으니 생리현상해결도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씻지 못해서 힘들다. 또한 아무래도 밖에서 자다 보니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한다.
보통 6시나 7시쯤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난 다음에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책을 본다. 책 보고, 밥 먹고, 입장서나 보도자료 등을 작성한다. 그렇게 생활하다가 보통 열두시쯤 잠든다.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에서 한태식(보광)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됐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식을 듣고 웃음부터 나왔다. 언론 통제, 용역 동원, 직원들이 학생들 퇴진시킨 것, 스님들이 은석초교 앞에서 법문을 외운 것, 경찰 출동 모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역 총수 뽑을 때도 이렇게 안 하는 데 대학 총장 뽑는다고 이렇게 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행된 이사회를 보면서 우리대학에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무시된 채 종단의 눈치를 보는 운영이 될 터이니 슬프고 애석하다.

 

학내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데 다른 해결방법은 없나

중요한 것은, 아직 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에 학생대표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5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것은 법 이전에 상식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학내 구성원이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종단에서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막기 위한 힘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학교가 종단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 학생들이 힘을 길러야한다. 나도 천년만년 동국대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지상에 있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지나가시다가 놀라거나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제가 15m 상공의 조명탑에 한 달 가까운 시일동안이나 올라와 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신문이나 SNS를 통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학생들에겐 무엇보다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많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실은 힘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를 깨닫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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