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가 또 다시 공석이 됐다. 기본적인 자질이 안 된 공직자들이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것이다. 그간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인준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3명의 후보가 낙마했고 2명 총리가 사퇴했다.
그간 총리직에 거론된 후보들은 심각한 ‘자격 논란’의 대상이 됐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의 병역 문제로 사퇴하자, 초대 국무총리로 정홍원 전 총리가 임명됐다. 그러나 작년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이유로 1년여 만에 사퇴하고 말았다.
이후 새로 총리 후보로 떠오른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전관예우ㆍ고액 수입 논란으로 자진 사퇴해 청문회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거론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역시 언론 활동에서 드러낸 우편향적 역사관이 논란이 돼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 때문에 정홍원 전 총리가 8개월가량이나 유임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일어났다.
2015년, ‘언론보도 외압’ 등 각종 논란으로 순탄치 않았으나 여당의 총리 인준 강행으로 이완구 전 총리가 임명됐다. 그러나 지난 달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에 이완구 전 총리가 올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이 전 총리는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됐고 총리직을 사퇴했다. 이번 총리의 임기는 70일 만에 끝났고, 이임식은 7분 만에 끝났다.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두 번째로 단명한 총리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작금의 사태는 지극히 상식적인 자격조차 갖지 못한 후보가 공직에 올랐을 때, 그 처참한 말로가 어떻게 끝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 한 일간지는 주말판 커버스토리의 제목을 ‘국무총리 찾습니다’로 정했다. 적임자를 수소문해서라도 찾아야 하는 현 상황의 아이러니와 박근혜 정부 인사정책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상식적인 자격조차 없는 후보를 낙점한다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일일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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