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아름다움도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천국도 지옥도 될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 위를 걸으며 주황색 건물 지붕들과 파란색 지중해를 바라보면 이 강렬한 아름다움에 취해버릴 수 밖에 없다.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와서 이런 저런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는 많은 친구들이 생기게 된다. 그들 중에선 어렸을 때부터 만나온 불알친구들부터 만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성향이 너무 잘 맞는 친구 또는 나와는 너무 안 맞는 친구도 생기게 된다. 여행을 할 때도 다양한 동행들이 생긴다. 그중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친구와 동행을 하게 된다면 너무 좋지만 만약 당신과 성향이 정반대인 친구와 동행을 하게 된다면, 당신의 여행은 어느 새 지옥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 이렇듯 동행은 내 여행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조건이 된다.

터키에서 만난 좋은 동행들
터키에서의 슬럼프 극복이 너무 잘되었던 걸까? 여행을 하는데 있어 기분도 새로워지고 얼굴도 밝아지니 주위에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나 터키는 한국 여행자들이 많다보니 좋은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덕분에 좋은 동행들도 많이 생겨 나름 같이 여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터키를 지나 알바니아를 여행할 때도 동행이 생겼는데,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누나 두 명이었다. 이 둘의 성향은 서로 극과 극으로 다른데 여행에 있어서는 더 잘 맞는, 참 신기한 조합이었다. 여차여차 앞으로의 여행 방향도 비슷하고 같은 세계여행자였기에 말도 잘 통해 자연스럽게 동행을 하게 되었고 크로아티아에 들어갈 때는 터키에서 동행했던 내 동갑내기 여자 아이도 이 동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여자 셋, 남자 한 명의 동행이 탄생하였다.크로아티아는 동행이 없이 여행하기엔 아주 불편한 곳이다. 개인 여행자들을 위한 도미토리가 그리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단체로 콘도를 빌려 생활하거나 아니면 비싼 호텔에 가서 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크로아티아에선 일행 때문에 스트레스
마침 우린 인원이 4명이어서 콘도를 빌릴 수 있었고 방 값은 각자 나누어 분담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었다. 주위에는 마트도 있고 해변도 있어 음식도 만들어 먹고 이래저래 여가를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외적으로 부족한 게 없어지니 내적으로 불화가 생겼다.
본래 이 누나들과 다닐 때는 서로의 조화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여자가 세 명으로 늘어나니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혼자 소외되고 잔소리가 많이 늘어난 느낌? 그들 사이에 생기는 불화의 표출이 날 향하게 되는, 이 기묘한 신경전 사이에서 스트레스는 점점 극을 향해 달려갔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은 정말이지 천국의 성에 온 것 같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만 봐도 내 머릿속의 온갖 잡념들과 스트레스가 다 씻겨버릴 것 같지만, 동행에게서 쌓인 스트레스는 도저히 사라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천국의 성이 지옥의 성으로 바뀌는 기분이었다. 나의 마음이 간사한 것인지,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인지, 혼자 여행할 때는 누군가와의 동행을 꿈꾸다가도 이렇게 동행을 했을 때 불화가 생기면 바로 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참 가볍다. 크로아티아는 동행을 만들기 싫어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동행을 만들게 하는 나라이다. 혼자 다니면 물가가 극히 비싸지만 두 명, 세 명 같이 다니는 여행자가 늘어날수록 여행에 소요되는 비용이 극히 적어진다. 그래서 크로아티아는 혼자 다니는 여행자보단 여럿이서 다니는 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낙원같은 지중해와 크로아티아의 풍경
그럼 크로아티아는 어떤 곳일까? 난 이곳을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한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 위를 걸으며 주황색 건물 지붕들과 파란색 지중해를 바라보면 이 강렬한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본인을 발견할 것이다.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하다. 왼쪽을 바라보면 주황색 지붕들에 취하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파란색 지중해에 취하는, 그리고 정면엔 내가 걸어가고 있는 성벽이 길게 뻗어있는 천국의 성 같은 곳.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해변도시 스플리트에 가면 끝없이 펼쳐져있는 해변 산책로가 개설되어있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파란색 지중해가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특히나 밤이 되면 고풍스러운 성벽과 세련된 해변도로가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직접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는 무엇보다 모든 유적지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들의 자연보호 열정은 실로 대단한데, 대표적으로 플리트비체라는 국립공원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이드북에서는 요정들이 사는 공원이라고 묘사해 놨는데, 정말 신선과 요정들이 연회를 즐기고 있을 것 같은 깨끗하고 푸른 곳이다. 약 4시간 정도를 하이킹할 수 있는 코스인데 걷는 시간 내내 푸르고 푸르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들과 사람 사이에 물이라는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푸른 호수들을 보면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이곳에서의 수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수영이 금지인데 취식은 당연히 될 리가 없다.

길에서 묻는다 “나는 어떤 동행인가”
크로아티아는 아름다운 여행지인 만큼 보통 신혼여행지로 많이 간다. 좋고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이렇듯 여행에서의 동행은 나의 여행을 때로는 힘들게 때로는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이를 깨달은 순간, 나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동행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이 고쳐졌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기 보단 항상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난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동행일까?

▲ 플리트 비체의 계곡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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