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움은 모든 것을 치유해준다

평소의 우리네 삶도 그렇지만 특히 여행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 즉 변수가 많이 생기게 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 새로운 흐름을 가진 곳에 던져지는 것, 그 것이 바로 여행이다. 세상의 모든 여행지가 새롭고 신기하지만 그중에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터키, 이곳은 모든 동네가 각자의 나라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여행의 슬럼프, 한국의 정과 음식
이집트를 떠나 터키로 가던 날, 여행을 시작한 지 언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기여서 내게도 슬럼프란 것이 찾아왔던 때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지속해야하는 이유에 물음표가 떠오른 상태였다.
이집트를 여행했을 때 신기한 유적지들도 많이 보고 좋은 친구도 만났지만 반대로 유난히 상인들에게 많이 시달리기도 했고 정세가 좋지 않아 여행자들이 별로 없어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많이 쌓여있었다.
이렇게 슬럼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스탄불로 향하는 길, 마음속으로 누군가 이 늪에서 날 구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지하철과 트램을 갈아타 구시가지에 위치한 한인민박집에 도착하니, 젊은 사장님이 파이팅 넘치게 날 맞이해 주셨다. 그의 별칭은 ‘지마’, 이 형은 아침 일찍 도착한 내게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방을 내주었고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내게 ‘신라면’을 끓여 주었다. ‘신라면’... ‘갇라면’이라고 해야 할까? God라면님을 끓여준 지마 형은 내게 천사이자 구세주였다. 사실 두바이, 요르단, 이집트를 거쳐 오면서 God라면님은 그 옷깃마저 스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간만에 만난 따뜻한 한국 사람의 정과 God라면님의 화끈한 조화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아침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의 정과 한국 음식으로 내 몸의 절반 이상이 슬럼프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럼 이제 마지막 절반은 어떻게 빼냈을까? 구원의 손길은 다름이 아닌 여행의 본질적 이유에서 뻗어 나왔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는 또 다른 새로움, 바로 이 새로움이 나에게 슬럼프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각양각색의 터키
터키는 여행할 수 있는 도시들이 참 많다. 3주 동안 머물면서 이스탄불, 트라브존, 반, 마르딘,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등 총 6곳을 돌아봤다. 하지만 이 정도는 터키의 절반도 못 돌아본 여행이다. 그리고 터키를 꼭 가야만 하는 최고의 이유는 가는 도시마다 그들만의 새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옆에 붙어있는 도시라 해도 똑같은 법이 없다. 특히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자연풍경이 너무 독특하고 달라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도시를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스탄불은 유럽의 문화와 아시아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이들만의 특별한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화재가 바로 아야소피아, 누구든지 그 장엄한 모습 아래에선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놀라운 규모와 성당 위에 이슬람 모스크를 뒤집어씌운, 아주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성당 내부의 모든 모자이크들에 회칠을 하여 성당의 모습을 다 가리려 했지만 후대에 다시 복원해 예수와 천사들의 얼굴을 살아났고 지금 아야소피아 내부엔 두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마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현재 터키의 모습처럼. 트라브존에선 흑해와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찻집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 수 있고, 반이라는 도시에선 바다 같은 호수에 떠있는 악다마르 섬에 올라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풍경에 마음 속 깊이 감동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많은 여행자들이 꼭 한 번 들리게 되는 카파도키아는 지구에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 암석지대의 독특한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멍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일출 때를 맞춰 동시에 떠오르는 수십 개의 열기구들은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춰진 카파도키아에 아름다운 꽃들을 수놓은 듯해 이를 본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해 줄 것이다.

추천하고픈 여행지
정신없이 터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나의 글 솜씨가 역부족인 관계로 최대한 많은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다. 세계여행을 다녀와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가장 좋았던 여행지를 추천해준다면?’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그곳은 ‘터키’입니다.
생명과학전공3 worldkhs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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