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FTA 덕분에 우리 경제의 GDP 성장률이 최대 1.25%(5년 이후)나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이런 장밋빛 전망에 냉소적이다. 정부가 요란하게 홍보했던 한-미 FTA나 한-EU FTA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체감한 시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중 FTA로 인한 관세절감 효과가 연간 6조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1조원 남짓인 한미 FTA의 5.8배, 1조5천억원 남짓인 한-EU FTA의 3.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그만큼 한-중 FTA 효과가 클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 FTA에 우호적이었던 경제 전문지까지 나서서 한-중 FTA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제조업 상품 1만2000여 품목 중 83%(1만여개)가 한-중 FTA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이 “중국 제조업발 쓰나미에 쓸려” 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와 같은 경고가 나오는 것은 중국의 가공할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간의 중국과 일본의 전세계 수입시장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1990년과 2012년 사이 일본의 전세계 수입시장 점유율이 7.3%에서 3.9%로 내려 앉을 때, 중국의 점유율은 1.4%에서 10.2%로 상승했다.

농업 부문에서도 국내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중 FTA에서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FTA가, 이미 한-칠레, 한-미 등 각종 FTA로 피폐해질 만큼 피폐해진 한국 농업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권투시합을 할 때 잽을 많이 허용한 선수는 경기 후반에 이르러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우리 농수산업 생산이 2020년엔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3조3600억원으로,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 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한중 FTA가 사실상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과 농민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소통에 약간이라도 관심 있는 정부라면 협상문 전체가 아니더라도 품목별 관세율표 변화 내역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

또 FTA로 이익을 보는 산업 종사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FTA로 손해 보는 산업 종사자들이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FTA의 긍정적 효과만 일방적으로 홍보하면서 잠재적 피해자들의 반발을 억누르기에 바쁜 정부는 결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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