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민 사회학과 2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선거가 한창이다. 신문이 발행되었을 땐 선거가 다 끝나있을 것 같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졌다. 그래서 예년의 선거에 비해 학생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이 공약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 공약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중요한 몇 가지 사안들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한 가지는 학생들의 생활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문제이다.

생협 문제가 학생들에게 와 닿기 시작한 것은 그루터기에서 분식메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기존에 네 종류였던 식단이 2개로 축소되고, 분식 메뉴 대신 ‘팬&커리’라는 코너가 들어오게 되었다. 학생들은 평소에 저렴하게 이용하던 분식 코너가 사라지자 큰 혼란에 빠졌다. 이처럼 학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생협이 메뉴를 조정하게 된 것은 생협의 재정악화와 큰 연관이 있다.

생협은 전산원과 바이오 시스템 대학의 이전으로 인한 식수 감소, 자판기 수익 감소, 대학본부의 재정지원 중단, 관리하던 임대 매장이 대학본부 직영 매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재정이 악화되어 왔다. 그래서 학생 식당의 메뉴를 줄이거나 고급화 하는 전략으로 재정 손실을 막아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생협의 재정이 악화된 것은 단순히 생협의 잘못만은 아니다. 생협이 수익 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에도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을 간과하고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늘리려 한 대학 본부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

새내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알다시피 생협에서는 열공국수, 한가위 고향 버스 등 상품판매와 함께 다양한 복지사업도 병행해왔다. 또한 음료나 물품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에 따라 학생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재정 악화 탓에 위의 복지사업들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학생 식당의 메뉴 가격 상승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생협의 재정 악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건설하겠다고 하는 108주년 기념관이나 뮤지컬 극장에는 모두 상업시설 공간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 이 공간들은 생협 보다 프랜차이즈나 대기업들이 입주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이 증가함에 따라 생협의 재정은 더 악화되고 이화여대의 ECC처럼 학생들의 생활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올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의 구성원이자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 본부가 구성원들의 생활권을 외면하고 수익만을 추구하려는 행태를 저지하는 한편, 조합원으로 가입함으로써 생협의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협동조합의 근간인 ‘민주성’을 통해 보다 적합한 사업과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이 사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함께 생협 스스로 그러한 토대를 만들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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