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때가 남아있는 철암역

 
철암. 석탄 합리화 정책 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2013년부터 운행되는 관광열차는 철암 방문객 수를 크게 늘렸다고 한다. 정말 철암역이 활기를 찾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철암역을 방문했다.

철암은 일제강점기 처음 탄광개발이 되고, 공업화시기 석탄이 연료로 사용되면서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석탄합리화 정책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결과 한때 9000명에 달하던 철암동의 인구는 현재 3400명으로 확 줄어버렸다. 철암역도 쇠락을 피하지 못했다. 철암 착발 열차는 과거 시간표의 열차가 됐다. 2010년에는 철암역의 매표업무가 중지돼 열차승무원이 발권을 담당하게 됐다. 철암역 하면 ‘석탄 수송의 거점’이란 이미지였는데, 이조차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13년 봄부터 관광열차인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와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가 첫 선을 보였다. 이 열차들은 철암역 이용객을 많이 늘리는 1등 공신이다. 철암역 관계자는 “관광열차 한 편성 당 약 100~200명의 승객이 철암역에 하차한다. 그 외 관광패키지를 통해 철암역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마침 V트레인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역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시 늘어난 이용객 덕분에 매표업무가 재개됐다. 또한 철암역을 기점으로 하는 V트레인의 운행 덕분에 철암역은 명실상부  시종착역으로 위상을 되찾았다.

철암역 주변의 독특한 풍경은 방문객들이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까치발 건물’이다.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의 일부를 하천변에 걸쳐 두고, 기둥들이 건물을 받쳐주는 구조다. 도로 위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건물이지만, 하천을 건너가서 바라보면 ‘반 수상가옥’이다. 본래 상가였던 건물들은 예술품 전시실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건물 외부의 70-80년대 풍의 간판은 그대로 있어, 마음속에 있는 과거의 기억을 살려준다.

승강장에 서면 시야에 들어오는 철암역 선탄시설도 눈여겨볼 만 하다. 탄광에서 캔 석탄을 가공하는 철암역 선탄장은 국내 최초의 선탄장으로, 1935년에 설치됐다. 철근 콘크리트와 강재로 된 트러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근대 공법으로 만든 산업 시설로 평가받는다. 산업화 시기 석탄채굴과 운송의 중심이 되었던, 우리나라 근대 산업사의 선구자다. 이와 같은 가치들 덕에 철암 선탄장은 2002년 등록문화재 제 21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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