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 문화평론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는 79개국 314편이 초청돼 지난해보다 아홉개국 13편의 영화가 더해졌고, 단지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니라 전세계 최초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가 98편, 세계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도 36편이나 되어, 국제영화제로서의 영향력을 이미 시작서부터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과도 상당했다.  22만 6473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씨네키즈 부문을 신설해 관람층을 넓혔고, 배리어 프리 서비스까지 확충하여 장애인들에게도 한걸음 다가갔다. 새로운 작가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 레바논, 네팔,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세계무대에서 소외된 아시아 지역의 뛰어난 작가들을 대거 발굴했다. 아시아영화인재를 양성하는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10년을 정리하면서 향후 10년의 로드맵을 제시해 영화제의 비전을 새롭게 구축했다.

문화예술의 수도권 집중을 개선하고, 부산을 단지 한국영화의 발상지에 머무르지 않고 영상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하도록 기획된 부산국제영화제는, 19년이란 짧은 역사만으로도 눈부시게 성장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의 창’이 되어 세계 영화인에게 사랑받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의미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축제에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 작품을 두고 개최지 부산의 시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의 상영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펴자 뒤이어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을 비난하고 상영취소 압력을 넣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들은 문제가 된 ‘다이빙벨’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희생당한 부부의 일상을 담은 영화 ‘불안한 외출’까지도 문제 삼았다.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는 영화로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선정작을 상영하지 않는 건 영화제의 정체성을 깨는 것이자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 일축하고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외압을 비판했지만, 보수 단체들은 아직도 집행위원들의 정치적 성향들까지 문제 삼으며 일방적인 비난과 매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 자신의 정치적 식견만으로 영화를 보지도 않고 편향된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활짝 열려 있는 창이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창살이 있거나 막혀 있다면 그곳은 범죄의 위험에 시달리는 곳이거나 감옥일 것이며, 그 곳의 사람들의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제영화제를 감옥으로 만들면 어떤 작품이, 어떤 관객들이 찾아오겠는가? 편향된 식견으로 다른 시각을 가로막는 자들의 목적은 결코 공공에 있지 않다. 그 자체가 공공선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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