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일 교수
불교학부 교수, 논설위원

스코틀랜드 독립투표가 얼마 전에 끝났다. 비록 55.3% 대 44.7%로 독립이 좌절되었지만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분위기는 선거에 패배한 당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최선의 목표였던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중앙정부로부터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의 확대를 약속 받으며 스스로 진일보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혹자는 이 투표를 민족간의 대결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이 투표를 세대간의 대결이라고 하기도 하며 혹자는 이 투표를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투표에서는 앵글로 색슨족에 당한 켈트족의 한을 볼 수도 있었고, 독립을 외치는 젊은세대의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중장년층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으며, 독립에 소극적이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여성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투표는 이상과 현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북해 유전이라는 든든한 제원을 바탕으로 독립에 도전했지만, 국민보험, 연금, 통화, 물가상승, 실직, 국방 등 수많은 현실
적인 장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좌절하고 만 것이다.

물론 스코틀랜드는 이번 투표를 통해서 자신들이 안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북해유전은 스코틀랜드가 독립초기 겪게 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었기 때문이다.
투표 전에 있었던 글라스고 지역 학생들을 청중으로 한 토론에서 독립에 반대하는 장년층들의 논리는 치밀했다.

즉,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는 북해유전이 남아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학생들이 중장년으로 성장했을 때 북해유전이 고갈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압박했고 요란했던 독립찬성진영에 아주 긴 침묵이 흘렀다.

사실상 이번 투표는 끊임없이 장밋빛 미래의 청사진을 제공했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독립반대진영에 거의 이길 뻔 했던 선거였다. 심지어는 현직 영국총
리인 데이비드 케머런이 만일 독립하게 된다면 내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감성적으로 호소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번 독립투표의 하일라이트는 침묵하는 다수에게 독립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스코틀랜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설 것을 호소한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일 것이다. 그는 오늘날의 영국이 스코틀랜드ㆍ잉글랜드ㆍ웨일즈ㆍ북아일랜드가 서로 협력하고 서로 나누면서 만든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주와 독점,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증오만을 부각시켰던 독립찬성 진영은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측면에서 급격하게 열세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긍정의 힘과 상호 협력의 중요성과 도덕적 우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투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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