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동서대 영어학과 교수, 영어영문학과 86졸

아침에 눈을 떠서 그 날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하루를 보낸다. 어떤 경우에는 아주 가까이, 어떤 경우에는 멀리서 시선을 느끼지 못할 공간에서 우리는 사람들과 마주치며 살고 있다. 보통은 그렇지 않지만 가끔은 그런 마주침이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때가 있지 않은가?

학기 초 첫 강의시간에 많은 학생과 첫 대면을 하노라면 오랜 세월 강단에 서온 나 역시도 그런 어색함에 다소 긴장이 되곤 한다. 가끔은 인사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말없는 어색한 첫 대면이 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어색함이 싫어 조금은 큰 소리로 ‘안녕!’이라는 말을 먼저 내뱉으며 강의실로 입장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주의를 끄는 효과와 더불어 나의 얼굴에 먼저 미소를 띠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인사할 때 인상을 쓰며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이렇듯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좋은 문화의 한 형태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어느 인사성 밝은 대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는 가끔 보는 나에게도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곤 했다. 요즘 젊은이 치고는 지나치게(?) 인사성이 밝은 편이어서 볼 때마다 늘 기분 좋은 친구였다. 어느 날 아파트 입구에서 그를 만났는데 평소와는 다른 말쑥한 정장을 한 모습이어서 그가 어느 새 졸업을 해 취업을 한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장을 묻고 열심히 준비한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그에게서 들은 취업스토리는 그 날 나를 하루 종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실은 함께 사는 아파트에 이름을 대면 모두 알만한 기업체 사장님이 살고 있었는데 그 분도 역시 그 젊은 친구의 밝은 인사에 좋은 인상을 받으셨던 모양이었다. 졸업반이었던 그에게 이력서 한 장을 요구했고 그 친구를 자신의 회사에 입사시켜줬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소위 토익성적도 그렇게 좋지 않았고 자격증 한 장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그 사장님은 그 친구의 소박한 인사에 감동을 받고 소위 스펙보다는 그의 인사성 밝은 태도에 큰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지 않은가? 거의 모든 것이 수치로 결정되는 이 세상에는 아직도 수치로는 잴 수 없는 소박한 인사 한마디로 서로 행복할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할 일인 것 같다.

학기 초 첫 강의 시간에 나는 이 에피소드를 항상 학생들에게 전해준다. 언제나 웃으며 서로 나누는 소박한 인사가 얼마나 큰 행복의 결실이 되는 지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학생들에게 매일 우리가 드나드는 화장실을 묵묵히 관리하시는 분들과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말하자고 말한다. “안녕 하세요”라고 말이다. 그 소박한 인사 한마디가 우리 자신들에게 큰 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오늘도 인사할 준비로 목청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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