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하는 대학, 건전한 지향점을 찾자

편집자

대학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동대신문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동인들이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현시기 대학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보았다. 대학안에서, 대학밖에서 보고 느낀 동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동대신문이 나아갈 길을 조명하였다. 더 이상 빛바랜 우리의 자화상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하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좌 담 자
일 시 : 1999년 4월 7일 오후 4시
장 소 : 본사 회의실
참석자 : 정남기 (연합뉴스 민족뉴스 취재본부장·경제64, 67년도 취재부장)
신관호 (본교 100주년사업본부 발전협력팀장·경제69, 71년도 편집장)
박원배 (경향신문 편집부 차장·국문78, 80년도 편집장)
유권준 (불교TV PD·지교88, 90년도 사회부장)
김미경 (문창전공97·현 편집장)
황성규 (국제관계전공97·현 경주캠 편집부장)
사 회 : 이황우 (본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경행63, 65년도 편집장)

 

사회
: 동대신문 창간 49주년을 맞이하여 60년대부터 시작하여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 연대를 대표하는 동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뜻깊은 자리를 통해 ‘동대, 동대생, 동대신문’이라는 주제로 동대신문과 동국대의 발전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먼저 동대신문사 학생기자로서 재직할 당시의 상황을 회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남기 본부장
: 제가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60년대는 암울한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학내 분위기는 한일회담 반대를 위시한 학생운동이 활발했고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동국대는 당시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축을 이루었죠.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향학열에 불타오르기보다는 민족이 처한 현실에 분노하면서 투쟁에 열중했습니다. 당시 신문사에 입사하기란 30대 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이는 기자의 위치가 개인뿐만아니라 학내외적으로 중요했던 시대상황을 반영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신관호 팀장
: 60년대 시대상황의 연장선에서 70년대는 학원안정화정책이니 10월 유신 등으로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학생운동의 메카로서 동대생들은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정보물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러한 의식있는 학생들이 시사적인 학문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대학신문이었음을 감안한다면 타대학에 비해 역사와 전통이 길었던 동대신문은 대학언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원배 차장
: 말을 덧붙인다면 동대신문이 경향신문사에서 주최한 전국대학신문 편집콘테스트에서 고대신문에 이어 2위를 차지했었습니다. 편집면에서나 기사의 방향에서 동대신문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죠.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인데,몇 년 동안 주간으로 계셨던 송혁 교수님이 열심히 편집에 참여하시면서 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 신문사 조직을 단합시켰기에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후배들이 원고청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 재임시절 원고걱정을 안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당시에는 총학을 비록해서 각 서클에 이르기까지 시국선언문이 많이 들어와서 어느 때는 한면이 전부 시국선언문으로 채워진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때문에 당시 정보요원들의 신문편집에 대한 간섭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권준 PD
: 60-70년대의 선배님들에 비해 80년대는 그간 억압되었던 자유에 대한 욕구가 분출했던 이데올로기 시대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위한 자유를 외쳤으니까 비교적 행복한 세대라고 할 수도 있겠죠. 88년도와 89년도에는 북한 바로알기운동을 전개했었고,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의 방북이 이어졌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학생기자들은 북한에 대한 것은 직접 북한에 가서 취재해 보겠다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88년도에는 동대신문이 지령 1000호를 맞이하였는데 긴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었기에 기념호 제작에 참여하면서 내내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황성규 편집부장
: 90년대는‘우리’라는 개념보다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는 분위기가 대학가를 풍미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동지애로 투지를 불살랐던 70-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학생운동은 일반 학생들의 외면 속에서 대중적인 활로를 모색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의 언론탄압 속에서 가장 진보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대학신문이었고 따라서 의식있는 사람들에게 가치있게 읽혔던 대학신문의 역할 또한 이제는 재정립해야 할 실정입니다.

김미경 편집장
: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속에서 신문사 입사경쟁률이 30대 1이 넘었다는 선배님 말씀과는 상반되게 요즘 학생들은 신문사 생활을‘3D업종’으로 인식하고 이에 선뜻 도전하지 않아 신문사를 이끌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시기 동대신문은 여러가지 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외형뿐만이아니라 신문편집 전반에 걸쳐 내실있는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 각 시대적인흐름에 발맞추어 우리신문사도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동대 안팎에서 보는 현재의 동대와 동대생에 대해서이야기를 해 봅시다.

 

 
정남기 본부장
: 교수나 법인이 동전의양면을 보지 못해서 생겨난 갈등이 학교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출되는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것도 꼭 입시철만 되면 조계종단분쟁이나 학내분쟁이 일어나는데, 이는 절대 유능한 학생들은 오지말라고 데모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분쟁을 줄이고 민주적인 절차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서 모두가 화합을 이루는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진정한동대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무엇보다도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대학홍보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 학교가 정체하는 주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희대나 성균관대나 중앙대의 경우는 어떠했나 살펴보면 우선 세 학교 모두 신방과가있어서 학교 홍보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죠. 그런데 우리는 어땠습니까? 전쟁터에서‘사령관’도 없고‘야전병’도 없이 흐지부지 지내다 보니 역사와 전통, 그리고 불교라는 학교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좋은 여건이 있는데도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관호 팀장
: PR이라는 것이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알리라는 뜻이라고하는데 동국대의 경우는 피할 것은 일간언론에 의해 얻어맞고 알려야 할 것은감춰져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정남기 본부장
:대학별 운동경기에서지는 것도 화가 나는데 하물며 학내분규가 끊이지 않는다는것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동국대의 비전이 어둡게 비춰짐을 의미하는 것이서 더욱 화가 납니다. 더욱이 안타까운것은 이러한 분규가명분 없는 실리싸움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입니다. 싸우더라도 동대신문 지상논쟁이라는 보다 성숙된 토론문화를 정착시킨 가운데 보기좋게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
: 학내 이슈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서 대학언론를 건전하게 여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대신문을 포함한 대학신문이 해야할 일과 개선돼야할 점이 무엇인지 논의해 봅시다.

신관호 팀장
: 신문이라는 것은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옳겠지만 대학신문이라는 점을 유념해 보면 아카데미즘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따라서 이 둘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는가가 관건입니다.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변동에따라서 대학신문도 이에 따라 굴곡이 많은 시대를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자들의 올바른 역사관을 비롯해 사회를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는 안목 또한키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바탕위에서 대학신문다운 새로운 패턴을 창조할수 있어야 하죠.

 
정남기 본부장
: 대학신문은 객관타당성과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대신문은 교내에 있는 사람만보는 것이 아니고 동문과 타대학 사회각계에 배포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뿐만이 아니라 필진에 대한고민도 이뤄져야 합니다. 학내에 있는 교수나 동문들을 필자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준
PD : 제가 학교에 다녔던 80년대 후반부터 대학신문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에 들어 대자보라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학내에서 대학신문의 독점적인 지위가 무너졌다고 볼수 있습니다. 90년대에 들어서 또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인터넷이나 통신에 의한 대학신문의 독점적 위치의 변화입니다.그렇지만 언론은 공신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서 동대신문의 역할이 필요합니다.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만큼 학내의 각개개인들간에 쌓여있는 벽을 헐어내고 가까이 만들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신문이기때문입니다. 독자가 변하는데 신문이 변화에 대처하지 않고선 어떠한 설득력도 지닐 수 없는 것입니다.

정남기 본부장
: 신문을 제작하고 보는것 자체가 사회인으로서 커가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신문도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발전이나 대학사회의 발전을 위해 대학신문이 앞장서야지 너무 바깥사회에 초점을 맞추다보면대학신문으로서의 특성이 사라져갈 수밖에 없겠죠.

박원배 차장
: 옳은 지적입니다. 이번 동대신문 편집체제 변환작업에 참여하면서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았지만 안정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편집상의 안정화뿐만이 아니라 기획면에서의 발전을 생각해 보자면 일간지도 그렇고 이제는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여론면이 신문의 전반부 쪽으로 나와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있습니다. 즉, 이제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에는 우선 얼굴 사진과 이름을많이 써서 독자들에게 신문기사가 내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모니터링이 알차야겠죠. 학술적인 기사와 행사를 탑으로 올리는 것은 식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고 쟁점화 할 수 있는 내용을 지면화시키려는 고민을 더 많이해야합니다.

 
사회
: 각 연도별 시대상황에 비추어본동대신문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논의해 보았습니다. 또한 동대신문을 비롯한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고찰해보았습다.이제 마무리할 시간인데 선배들의 고언에대해 현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황성규 편집부장
:‘대학신문의 위기’라는 것은 오래전 선배님들때부터 고민이이루어져왔는데 지금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보다 읽히기위한 신문으로 살아남기 위해 전기자가발버둥치고 있습니다. 50년, 51년 계속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하나의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미경 편집장
: 대학신문이 전략적으로학교 홍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동대신문이 이에 선두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선배님들의 다양한 말씀을 들으니 수긍이 가는 점이 많았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동대신문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사회
: 긴 시간동안 함께 자리해주셔서감사합니다. 여기서 논의한 내용들이 동국대와 동대신문의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다져지기를 기원합니다.

정리=이미숙기자 ionia@cakra.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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