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영과 졸업공연을 보고

위험 따른 지나친 용기
유명 作品(작품)에의 대결 높이 평가 받아야

 

연극이 한때 빈사지경에서 방황하던 가장 위기적인 시기가 있었다. 이 위험한 시기에 과감히 일어선 젊은 엘리트들이 연극의 중흥과 새로운 경지의 개척을 외치고 그 실현에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젊은 엘리트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연극의 활기가 점차 융성했다. 이것은 참으로 연극계를 위해 경하해 마지 않을 일이라고 본다. 사실상 빈사상태에서 허덕이는 한국의 연극을 살려낸 활력소의 역할을 해낸 그 엘리트의 집단은 바로 대학에서 지성과 연극의 실천적 과정을 충분히 마스터한 학생의 클럽이고 교문을 방금 나선 지성의 연극인들이다.

 

이들은 외부적인 아무런 원조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의지를 관철했다. 그래서 오늘에 와서 한국연극은 황무지에 고착하던 現代劇(현대극)이 具現(구현)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로 볼 때 大學劇(대학극)이 최근 한국연극에 미친 영향은 크다. 때문에 大學劇(대학극)은 단순한 실습에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극의 來日(내일)에 발전하는 교량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東大(동대)연극영화학과 졸업공연을 보고 大學劇(대학극)의 중요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외야나 아저씨’는 ‘체홉’의 作品(작품)으로 어두운 심리묘사가 잘 표현된 작품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생이 무대화하기에는 벅찬 데가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그 작품의 가치가 인정되고 있는 것을 상연한 용기는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친 용기는 치졸을 낳을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른다.

이번 공연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유명작품과 대결하는 성실과 능력 이상의 대결에서 오는 치졸이다.

연기자들은 모두 조심성 있는 열의가 역연히 나타나 있으나 역부족의 결과를 낳았다.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特(특)히 연출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전체적인 템포가 ‘루즈’한 것은 행동선이 약한 것보다 연기자들의 미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줄에 있어서 인물성격의 구성이 섬세하지 못하고 의상의 고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감정의 강도가 약화되었다.

‘체홉’의 作品(작품)은 인물심리의 섬세한 표출에 그 특징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현악의 리듬같이 표출해 낸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은 느리고 둔한 현이 울리듯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지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연이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졸업공연이고 또 그것이 대학교과과정에서 연구되고 숙련된 결실을 맺어보는 실험적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그렇게 비관적인 공연은 아니다. 처음에도 말했듯 유명한 작품과 대결한 의욕과 용기는 마땅히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성실로 일관한 것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치 않아야 한다.

한국의 연극을 보다 次元(차원)높은 경지에까지 높여 올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수련한 지성적 연극인의 노력에 기대는 것이며 특히 대학극 중의 활발한 진전에 희망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학생극의 내일을 위해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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