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니?”, 라고 물으면,  “나 잉여야” 혹은 “잉여롭게 지내”란 답이 온다. 한때 껄끄럽게 들리던 ‘루저’란 표현은 이제 자발적인 ‘잉여’란 말로 발랄하게 변신한 것 같다. 쓰고 난 나머지 물품, 과잉된 쓸모없는 존재를 뜻하던 잉여(surplus)란 개념은 친잉여적 사회를 꿈꾸는 ‘월간잉여’ 잡지 출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란 다큐멘타리로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청춘들의 레알 어드벤처’를 내건 이 다큐멘터리는 잉여를 자처하는 네 학생의 유럽 로드무비이다. 영화를 전공하며 친구가 된 이들은 불현듯 등록금의 절반되는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결정한다. ‘적은 돈으로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이들의 계획은 물물교환 방식을 활용한 여행이다. 전공이 영화인 걸 살려서 싼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면, 어차피 비어있는 방들 중 한 두개, 밥 한 두끼 정도는 해결될 것이라는 낙천적인 계산이다. 돌아갈 곳을 없애야 과감한 일탈이 가능하기에 휴학이 아니라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떠나는 결정도 내렸다. 일탈을 향한 직면의 용기와 힘이 전해온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리 없다. 수많은 곳에 이메일을 보내 숙식 물물교환을 제안하지만 아무데서도 답이 없다. 이제 이들의 유럽 여행은 홈리스 잉여가 당하는 일상적 고달픔의 연속이다. 일단 파리에 도착했지만, 돈이 없으니 묵을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다. 지도와 인터넷으로 무장한 이들은 숙박시설이 가장 많은 관광의 도시 로마로 가기로 한다. 남쪽이니 더 따뜻할 터이고. 가는 비용은 히치하이킹으로 해결한다. 인원이 많아 때론 두 팀으로 나눠 남쪽으로 가는 다른 도시에서 만나는 정처 없는 길 위의 약속도 한다.

버스요금이 없어 자는 척도 하고, 영어 못하는 프랑스 버스기사와 프랑스어 못하는 이들은 몸짓 대화로 도움을 얻기도 한다. 길 위에서 우연히 접하는 도움에 감격한 이들은 “이런게 바로 인연”이라며 경탄하며 낙관적 태도로 하루하루를 연명해간다. 위기의 순간도 늘 닥쳐온다. “이게 내 마지막 모습이다”라는 절망에 겨워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거리의 노마드로 추위와 굶주림 속에 방랑하던 이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한 호텔에 만들어준 마음 가는대로 자유분방하게 만든 홍보영상이 뜬 것이다. 유럽 호스텔계의 영상 창작 스타로 뜬 이들의 방랑기가 이제 우여곡절 끝에 우리 앞에 펼쳐진다.

국민 총 소득은 올라가도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스펙 쌓기로 청춘을 탕진하는 시대, 스스로잉여를 자처하며 떠난 이 방랑 다큐는 마음 가는대로 사는 호모노마드 인생 스타일에 영감을 준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