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경영 02졸)
CJCGV 서비스 아카데미 과장
때 이른 추위로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드는 어깨에 취업의 고민까지 그 무게를 더하는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수십 장의 이력서를 써도 면접 보기조차 힘들다는 요즘에 비하면 우습겠지만, IMF의 한파가 휩쓸고 간 2002년도에도 취업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딱 한 장의 이력서를 쓰고 취업해 한 회사에 12년 째 다니고 있는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에 영화관 관리자로 입사해 점장, 마케팅팀을 거쳐 현재는 교육부서에서 신입사원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도 다소 특이한 커리어패스를 가진 저는, 4학년 2학기부터 졸업 후에도 4월까지 마음에 드는 일이 없다며 단 한 장의 이력서도 내지 않고 실컷 놀았습니다. 사실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하고 싶은 것처럼 이력서를 꾸며 적어내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요즘 친구들은 정말 스펙 화려하고 가진 재주도 능력도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이 회사에 왜 들어오고 싶었던 것인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직장이라는 곳을 선택해서 취업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인 9시간 이상을 그 곳에서 보내게 되고, 그 곳에서 내가 선택한 그 일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마음을 채우고, 그로 인해 얻어진 성과로 울고 웃고, 좌절도 보람도 느끼게 됩니다. 그저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나의 인생의 매우 큰 부분을 할애해서 채워가는 곳이 직장이고 직업인데, 연봉, 브랜드, 남의 이목 이런 것들이 선택에서 1순위여야 하는 것인가 반문하고 싶습니다.

물론 나는 타인의 시선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고, 나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나와는 가치관이 맞지 않지만, 행복하기 위한 그의 선택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내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채 대학시절을 보내고, 그 상태에서 오로지 ‘취뽀’를 위한 이력서를 쓰는 현실입니다. 학점, 어학, 공모전 수상 내역... 취업을 위해 한 줄 한 줄, 야무지게 채워 넣은 그것이, 그저 스펙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 될 수는 없을까요? 전공시험이 아닌, ‘나’에 대해 시험을 친다면 나의 학점은 몇 점일까요?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유독 일에 대한 열정과 꿈이 많아 보여 더 애정이 생깁니다. 우리 후배들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을 꼭 가고 싶은 회사에서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겨울방학은 밖이 아닌 안을, 나를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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