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다른 내 것

이 건물의 계단은 다른 곳보다 높아 보였고, 층과 층 사이의 간격도 더욱 길게 느껴 졌다. 평소에는 편하게 신고 다니던 구두였는데, 오늘따라 굽이 늘어난 것 같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미소도 덩달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굴러가는 미소를 잡을 여력이 내게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계단 이외에는 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았 다. 면접실로 향하는 길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회의장으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 의자가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앞에는 면접관 다섯 명이 일렬로 앉아 있었다. 의자는 매우 단단해 보였다. 나는 그 앞으로 가 다리를 구부려 앉았다. 꼬리뼈의 뾰족한 부분이 의자의 단단한 부분에 닿았고, 통증이 찌릿하게 몸으로 퍼졌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입꼬리에 힘을 주어 올린다.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미소를 움켜잡는다. 여러 명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면접관이 질문하기 시작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친다.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
“저는 어릴 때부터…… 어릴 때부 터 관광 상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토익 점수가 비교적 낮네요.”
“네. 하지만 그 부분은 차후 보완해 나갈 생각……, 계획입니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저는 긍정적인, 긍정적인 사고 를 지니고 있으며 매사에 열정적으로…….”
“혹시, 어디 불편한 데 있나요?”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사실, 제가 어제 꼬리뼈를…….”
“네? 크게 말씀하세요.”

한 명의 면접관이 내게 질문을 연달아 쏟아냈다.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가득하다. 물음표들이 꼬리뼈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나는 대답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면접관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아직 면접 안 끝났는데.”
“……일어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세요.”

벌써 끝난 걸까. 들어온지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저에게는 특별한 꼬리뼈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문장이었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면접관들은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책상 위에 있는 서류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할 말이 더 남아 있었지만 나는 인사를 하고 면접실 문을 열고 나왔다.

회사의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단단한 못을 몸 중심에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드나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 꼬리뼈의 통증도 함께 무뎌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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