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구
식품산업관리학과교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농산물 수급 문제가, 2010년 고랭지 배추 값 폭등 이후, 농산물 가격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 마다 나온 여러 농업 정책 중, 유통단계 축소나 직거래 활성화 등의 농산물가격 안정화 정책이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한 것만 봐도 농산물가격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신선식품 농산물은 유통기간이 매우 짧고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구매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 변 화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다수 소비자들의 안정적인 식생활 유지라는 측면에서 농산물 가격의 안정은 매우 바람 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산품의 경우 생산자에 의해 생산비를 감안한 가격 결정이 이루어져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농산물의 경우에는 시장에 나와 시장의 수급을 반영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판매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산품은 대체로 일정한 가격에 물가를 반영하여 지속 적으로 상승되고 있는 반면 농산물은 수급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거나 폭등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농산물가격이 하락하거나 폭락하는 경우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산품의 경우 가격결정이 주요 독과점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데 비해, 농산물의 경우에는 영세한 다수 생산자의 공급과 소규모 다수 소비자의 수요를 대변하는 중간유통과정을 통해 수급의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완전경쟁적 시장 구조라는 측면도 간과되고 있다.

더구나 농산물의 경우 계절적, 시간적 요인 등에 지배를 받고 있는 노지(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재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위적인 노력만으로 생 산량이나 품질 등이 결정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농산물가격이 안정적인 수급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및 유통의 특성을 무시한 채, 농산 물가격을 근거 없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거나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오히려 시장을 교란하여, 물가 불안 현상을 부채질하거나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 스럽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급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안정적인 삶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이해와 상생 추구를 위한 합리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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