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강사 김 모 씨는 1학년 통계학 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통계학에 보다 쉽고 흥미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게 하려고 우리의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통계사례를 리포트과제로 주었는데, 다수의 학생들이 심지어 수업에서 가르치지도 않은 어려운 통계개념까지 포함된 인터넷자료를 그대로 다운받아 작성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사건은 비단 레포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심지어 졸업논문마저도 표절되고 있다.

대학생 58% 표절한 적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이처럼 대학사회에 표절이 다반사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지나지 않고, 표절을 하는 학생들이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재수가 없었다’고 치부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표절검색 시스템을 보유한 어느 회사는 소위 SKY대학이라고 하는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전체 레포트의 절반이 넘는 정도가 표절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명 되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탈인 알바몬에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대학생의 58%가 표절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고,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들도 아마도 표절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답하였지 사실은 자기도 모르게 표절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에서 표절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일부 교수들은 아예 레포트를 과제와 성적평가에서 제외시키기까지 한다.

‘너도나도’ 표절이 만연한 이유

대학사회에서 표절이 난무하는 까닭은 우선 대학생들의 표절에 대한 주지와 둔감함이 첫 번째 이유이고, 표절행위에 대해서 성적 감점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만 하는 대학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다. 사회지도층 인사마저도 표절행위가 문제시 되지 않고 넘어가고, 때로는 그것을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절의 보편화는 곧 범죄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표절을 남들도 다하는 것이라고 합리화, 중화 (Neutralization)시키고 있어서 문제를 더욱 확산, 심화시키게 된다. 이런 현실들이 우리 사회에 표절은 그냥 아무나 할 수 있고, 해도 괜찮은 것쯤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일반화, 아마추어화시키고 있어서 표절에 관한한 우리 사회, 특히 대학사회를 일종의 무규범 사회인 Anomie사회로 만들고 있지 않나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실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표절했다고 답한 학생들의 56%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으며, 죄의식을 느낀다고 답한 학생 중 40%는 다른 범죄에 비해 표절이 그다지 큰 잘못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해 준다.

이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표절에 대한 인식은 나라밖에서도 문제가 된다. 미국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이 표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처벌을 받지 않아서 표절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문헌정보처리업체인 ‘무하유’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조사대상자의 무려 97%가 표절에 관한 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부터 표절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대학에서는 레포트의 표절이 발각되면 정학, 제적, 심지어 학위의 취소까지도 감수해야할 정도로 철저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대학에서는 표절에 관한 내용과 처벌조항 등을 학칙에 제시하고 입학생들에게서 약을 받기까지 한다.

 
‘표절=범죄’라는 인식 확산돼야

표절은 영어단어 Plagiarism이 ‘납치자’를 뜻하는 라틴어 Plagirius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인의 정신적 산물을 훔치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으로부터 출처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내용을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행위이다. 이는 마치 주인에게 빌린다고 말도 않고, 차용증서도 쓰지 않은 채 남의 금품을 그냥 가져다 쓰는 소위 절 도행위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표절은 지식도둑질이며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이처럼 표절이 느슨하게나마 도둑질이나 절도로 지칭되고 있지만, 아직은 형사문제로 다뤄지기보다는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사건으로 다뤄지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남의 지식을 훔치고 도둑질 하고, 표절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빌리고, 인용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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