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총학생회를 말하다

 
총학생회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학생회 투표율은 매년 50%를 가까스로 넘겨 당선된 소위 ‘반쪽짜리’ 총학생회가 임기 동안 학생들의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올해 제45대 총학생회(회장대행=이준권ㆍ불교4) ‘골든타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골든타임은 봄 대동제 당시, ‘연예인 없는 축제’를 모토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했다. 하지만 축제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실패했다. 현재 총학생회는 위기다. 과거 총학생회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대중투쟁의 선봉자로서 민주주의 성취를 위해 싸웠고,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현재 총학생회에게 과거 총학생회의위상과 권위를 찾아보긴 힘들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 제45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남보라(국교4) 양이 지난 9월 휴학해 총학생회장 자격이 중지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백창규(전기전자4) 군에게 총학생회장의 휴학에 대해 묻자 “그런 일이 있었냐”며 반문했다. 가을 목멱가요제에서 남 전 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남보라입니다”라며 단상에 올랐을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여론 반영하는 소통의 자세 필요

우선 총학생회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골든타임’은 공식 홈페이지, 페이스북, 학생커뮤니티 디연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의 여론을 반영하려는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봄 대동제 때 학생들의 여론수렴 절차 없이, 총학생회 단독으로 ‘연예인 없는 축제’를 기획했다가 학생들의 참여 저조로 실패했던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또 학내 언론을 등한시 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국포스트 이소영(신방2) 편집장은 “지난 학기 총학생회
장에게 3일에 걸쳐 취재 요청을 했지만 돌아온 건‘시간이 없다’는 답뿐이었다”며 “결국엔 서면취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피부로 와닿는 복지 정책 시행

또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 ‘골든타임’은 ‘학생들이 피부로 와닿는 복지사업으로 학생회에 대한 거리를 좁히겠다’는 복지 슬로건을 내세웠다. 총학생회는 △물품대여사업 △택배수령사업 △출력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이도 상당수다.

총학생회가 정작 학생들에게 와 닿는 복지를 실천하지 못했다는 평이 다수다. 김누가(신방1) 군은 “교육권 개선이라는 추상적인 정책보다 시험기간에 잠시 잠을 청할 수 있는 수면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대 총학생회는 남학생 휴게실을 열어 학생들의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편
의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의 지지를 통해 견제력 확보해야 과거에 비해 학내 정책 결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총학생회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중요정책 입안 및 결정 시 총학생회와 논의를 거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생서비스팀 임지한 과장은 “총학이 학교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한마디로 경영권을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밀실에서 학교 정책이 결정되는 일을 막기 위해선 총학생회에게 그만한 견제력이 필요하다. 이준권 총학생회장 대행은 “단시간 내에 합의체적 의사결정기구를 조직하기란 힘들다. 그 전에 학생의 열렬한 지지를 기반으로 힘 있는 총학생회가 건설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공감 가는 사회참여 방식과 설득력 요구

대학사회에서 총학생회는 사회참여의 핵심기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과거에 비해 대학생의 사회참여 발길이 줄었다 한들 아직 그 중심에는 총학생회가 있다. 과거 총학생회가 우직한 신념으로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는 추진력을 발휘했다면, 지금은 학생의 공감을 이뤄낼 설득력이 요구된다.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는 국정원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학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학생회의 직접 행동’을 묻는 설문조사에서약 90%의 동의를 받은 뒤 총학생회는 학생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시국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총학생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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