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극화”

 

“꼬박 밤을 지샌 자만이 새벽을 볼 수 있다 보라 저 황홀한 지평선을 우리의 새날을 만세, 나는 너다 만세 만세, 너는 나다 우리는 전체다”

극단 연우무대에서 지난달 말일부터 공연된 연극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주인석作ㆍ김석만연출)는 시인 황지우씨의 시를 극화한 것으로써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사회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등 세편의 시집을 근거로 하고 있는 이 극은 기존의 연극들이 인물의 성격과 사건전개위주의 묘사를 해온 것과는 달리 10여편의 단막극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출한 옴니버스 구성을 하고 있다.
  백분동안에 10여편의 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관성이 없고 무질서해 보이기 쉬우나 각각의 장들이 이 사회에 내포되어 있는 모순을 파헤친다는 하나의 맥을 짚음으로써 무질서 속에서 통일성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린이 놀이장면, 방송국스튜디오, 민방위 훈련현장 등을 주요 배경으로 하면서 광주사태로 집약되는 민중적 고통의 심화, TV의 反(반) 민주적 여론조작과 그로인한 불신감의 팽배 등 온갖 부조리를 짤막하고 긴장된 대화체로 전달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게 하지 않는다.
  특히 시집속의 小題(소제)인 “남동생을 찾습니다”를 바탕으로 한 “이산가족찾기”장면에서는 이 시대의 비극인 “분단상황”을 “KBS와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는 이산가족의 치하의 말을 통해 민족의 한(恨)을 체제 지탱의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대적 사명에 고뇌하며 “시가 체제 속에 함몰된다면 나의 시를 폐기처분하겠다”는 젊은 시인과, 이에 대조되는 대중성을 중시하고 체제에 합승하는 시인의 이미지를 제시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하고, 선반공으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와 한 여대생의 싸움을 통해 계급모순의 갈등을 드러내기도 하고, 부정투표ㆍ고문현장 등 수많은 사건이 일어날 때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오늘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를 반복하는 조작과 왜곡보도의 실상을 고발한다.
  “꼬박 밤을 지새운 자만이/새벽을 볼 수 있다/보라 저 황홀한 지평선을/우리의 새날을/만세, 나는 너다/만세 만세, 너는 나다/우리는 전체다”
  이 마지막 노래에서 우리의 공동의 사명과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연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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