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부수수한 잠자리를 벗어나 집어탄 버스는 어느 날보다 빽빽했다. 집을 나설 때부터 나는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가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얼마 전 꼬마들과 휩쓸려 마을을 벗어나 멀리 이웃까지 갔다, 저녁 어슬막에야 갑자기 어머니생각이 나서 올 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하여튼 나는 얼마 전까지 생각 키우지 않던 모든 것들을 기억으로 더듬으며 퇴계로까지 온 것 같다.
  그러나 또 뭔가 생각나지 않을게 있는 것만 같아, 버스를 버리고도 한 동안 서성거렸다. 그것은 나 혼자뿐이라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내 주위를 꽉 둘러싸고 왁자지껄할 녀석들이 다 어디로 가버리고 없다는 것. 그것이 조금 전까지 내 기억을 괴롭혔다.
  그때 나는 언뜻 학교 캠퍼스가 생각 키웠다. 녀석들은 벌써 그곳에 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곤 교문을 들어서 선 두리번거렸다. 캠퍼스, 캠퍼스는 나에게 무척 많은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얼마 전까지 기억에 쉬 올라서지 않던 강의실 구석지의 무척 치사하게만 보이던 낙서들이며, 항상 뒷자리에서 우울한 웃음을 터트리곤 하던 비쩍 마른 한 녀석이며, 지난해 연말이 가까웠을 무렵, 무뢰한들이 괴롭혀 퉤퉤 침을 뱉곤 내 주위를 떠나버린 그 한 녀석. 녀석의 마지막 그 공허한 웃음이 캠퍼스 구석구석마다에 묻어서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또 허허거릴 것만 같았다. 긴 겨울 동안 내 기억을 떠나 어디 먼 산에 눈구경이라도 가버려 때 모든 것들을 나는 오늘 캠퍼스를 보면서 모두 되찾은 기분인 것 같다. 그건 오늘이 또한 첫 등교한 날이었다는 것을 실종된 내 기억 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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