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노래하며 등교 길에 나서는 나를 우리집 정원의 코스모스가 가을의 女王(여왕)답게 단아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러면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허리를 굽히고 오랫동안 입술을 댄다.
  그리고는 아침에의 부드러운 햇살 속에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이리하여 시작된 하루는 온통 즐겁다. 너무나도 잘 웃는 가시나이. 누군가는 날 보고 아직 십대라서 그렇단다. 항상 함박꽃이 핀다.
  얘, 오늘은… 늘 까르륵-이다. ‘오늘의 일과를 어떠했니, 희야 S선생님의 강의는 왜 그리도 철학적인지 눈망울이 따스함을 느꼈단다.’ 이리하여 일과가 끝나면 나의 보금자리를 향하여 밝은 표정으로 자전거에 올라탄다.
  싸늘한 바람이 볼을 스쳐도 춥다는 의식보다는 차라리 상쾌한 기분이다. 황혼이 가까워지면 서쪽하늘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게 물든다. 허나 하루도 똑같게 해가 지지는 않는다. 오늘은 장엄하게 또 오늘은 수줍음 같이 곱게 주홍과 자주와 오렌지 빛을 배경으로, 뾰족 솟은 교회당의 지붕 끝의 십자가가-.
  버스 속의 짐짝처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마음의 가난함. 다 큰 계집애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손가락질하는 알량한 양반네들의 말씀. 이런 것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빛을 마음껏 즐기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나는 누구를 시기하고 미워하고 질투하지 않아도 된다. 오직 누구인가를 못 견디게 사랑하고픈. 가시내의 멋진 설계에 내 꿈 만큼이나 커다란 하늘이 온통 나의 이상으로 도배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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