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라바에서 만난 동국인들의 수다

오스트라바기술공과대학 교환학생으로 떠난 이영호, 안수지, 전나연(이하 영호, 수지, 나연) 그들은 한국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은 없을까? 또 그들은 어떻게 외국 생활에 적응했을까?
해외취재단은 우리대학 출신이자 이영호 군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성호(인도철학4, 이하 성호) 군과의 만남을 주선해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고충들, 소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스트라바 시 스토도니 지역의 한 까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성호(왼쪽에서 두번째)와 교환학생 3인방

성호 : 얘들아 안녕! 타지에서 학교 후배들 만나니까 정말 반갑다. 나는 작년에 6개월 동안 루마니아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올해 2월부터 현대 다이모스 체코지사에서 일하고 근무하고 있는 정성호야.
나연 : 오랜만에 학교 선배를 만나니까 좋네요. 체코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어요?
성호 : 루마니아에서 교환학생 생활하다 보니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더라고. 그래서 유럽을 내 활동 무대로 생각하고 일을 구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겼어.
수지 : 직장 생활은 어때요?
성호 : 한국 기업이라서 한국 문화가 있기도 해. 그런데 체코 사람들은 대부분 6시에 출근하고 3시면 퇴근해. 그래서 나는 직장 동료들과 친분을 쌓고 싶은데 동료들이 모두 집에 가버려서 좀 외로웠어. 너희는 체코에서의 생활 어땠어?
영호 : 저는 첫 학기 때는 체코의 모든 것들이 신기했어요.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도 배우기도 하고요. 친구들 사귀고 나서는 여행도 자주 다니기도 했고요.
성호 : 맞아. 유럽으로 온 교환학생의 장점이 바로 그런 점들이지. 그런데 제일 어려웠던 게 친구 사귀는 문제였어. 교환학생들을 만나서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는 건 간단한데 특정 사교 그룹에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고.
나연 : 영호 오빠는 교환학생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의 회원이기도 해요.
성호 : 그래? 나도 결국 노력해서 그룹에 들어가긴 했지만 들어가기까지 과정이 좀 힘들던데. 영호, 넌 비결이 뭐야?
영호 : 저는 첫 만남 때 인간관계의 반 정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첫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었어요. 또 유럽에서의 사교활동은 거의 클럽에서 파티형식으로 진행되요. 가능한 파티 많이 참여하면서 얼굴이라도 보이려고 노력했었어요.
수지 : 저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수업 마치고 밥 같이 먹으면서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체코 물가가 싸기도 하고 학식은 그닥 입맛에 맞지 않아서 친구들이랑 같이 장보고 기숙사에서 만들어 먹었어요. 서로 각 국가 음식 만들어 먹으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했던 것 같아요.
나연 : 저 같은 경우는 ESC에서 주관하는 여행을 통해서 많이 친해졌었어요. 같이 여행가면 친구들의 몰랐던 모습들도 알 수 있게 되고 같이 추억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친해졌었어요.
성호 : 다들 외국 친구들이랑 잘 지냈었구나? 처음에 영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진 않았니? 나는 영어 말하기 실력이 미숙해서 적응하기 어려웠거든.
수지 : 저는 수업시간 때 종종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어사전 찾아보기도 했었어요. 또 교수님들이 쉬운 단어로 설명하시고 제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도 했어요.
성호 : 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하는구나. 나도 처음 2,3개월은 너무 힘들었어. 너희들은 교환학생 생활에 적응하는데 얼마 정도 걸렸어?
영호 : 저 같은 경우는 4개월 정도였어요. 제가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들 미드(미국드라마)를 많이 보더라고요. 저도 학기 중에 미드를 보면서 실용 회화를 익히려고 노력했어요.
수지 : 한국 사람들은 ‘Can you speak English?’ 하면 자신 있게 ‘yes’라고 하지 않고 ‘a little bit’ 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yes!’ 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더라고요. 그들도 영어는 잘 못하더라도 소통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이 곳 에서 생활 하다 보니 영어실력보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일단 부딪혀보자!’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연 : 정말 공감해요. 처음에는 외국인들이 ‘pardon?'하면 ‘내 발음이 이상해서 못 알아 듣나?’ 라며 주변을 의식했었어요. 이제는 ‘나는 제대로 말했는데 너가 못 알아듣는 구나’ 하면서 다시 또박또박 말해줘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영호 : 제가 교환학생 오기 전에 친구들이 “돈 낭비 시간 낭비다.”라며 비아냥 댔어요. 하지만 저는 교환학생 오는 걸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장학금도 받고 성호 형이랑 저처럼 유럽 현지에서 일자리 구할 수도 있잖아요.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불안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하게 되서 한 단계 자신이 성숙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나연 : 성호오빠는 계속 유럽에서 일하실 건가요?
성호 : 나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어. 유럽은 여행을 계속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유럽으로 다시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래서 유럽에서 일하는 것 자체는 특별한 경험이라고도 생각해. 그런데 내가 아직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긴 해야 해. 그래서 되게 아쉬워.
나연 : 그렇군요.(웃음)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리 이제 건배해요. 여기서는 건배할 때 ‘야스트라비’라고 외쳐요.
다 함께 : (맥주를 들며) 야스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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