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향해 꾸준히 정진하길


敎職(교직)을 天職(천직)으로 알아야
 

  가을을 흠뻑 머금은 담쟁이들이 돌담을 타고 내려오는 그 꼭대기집의 초인종을 누를 때까지만 해도 괜한 불호령이 떨어질까 조마조마 했지만 하얀 한복차림으로 마루에서 우릴 맞는 교수님의 미소가 그렇게도 다정해 보일 수가 없었다.
  “전문학교부터 박사과정까지 12년을 다니고 20년을 근무하던 보금자리였기 때문에 모교를 떠난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일제시대부터 외곬으로 만 45년을 교육계에 투신, 제자들이 나라 안팎에서 중견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며 보람이라는 성봉 김성배 교수의 퇴임소감이다. 외부의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오직 한길만을 걸어온 지난 일을 생각하면 敎職(교직)이 天職(천직)인 것 같다며 요즈음 일선교사들 중의 일부가 자기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정열을 쏟지 못하는 것을 자못 안타까워 하셨다. 세태를 앞세워 주체성을 잃어가고 심리적인 것을 앞세우는 현대의 젊은이들, 특히 우리 동국대학교 학생들에게 “비록 어려운 일에 부딪히더라도 자기가 세운 목표를 향해 한눈팔지 말고 매진해야지. 한 우물만 파야해”라고 당부하신다.
  우리가 함께 들어 마시고 내뱉은 산소는 자동차의 매연처럼 탁할 수가 없다. 그가 살아온 인생자체가 청수처럼 깨끗하기 때문에 교내 곳곳에 스민 성봉교수님의 입김도 따스하다. ‘국어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집대성 저술하고 ‘한국의 민속’을 영문·일문으로 번역하여 교포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겠다며 성봉교수님은 입을 굳게 다무신다. “우린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오. 만점선생에 만점남편이죠. 또 오시우.” 안뜰에 깔려있는 물풀들만큼이나 환하게 웃으시는 사모님 얼굴이 때로는 어려웠던 성봉교수님의 뒷바라지를 넉넉히 해주셨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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