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정운 토대한 음독은 비현실적 태도

‘俯(부)’의 증거, 俛仰亭贊(면앙정찬)에 분명히 나타나
中國單語(중국단어)의 聲音(성음)무시한 ‘뜻’만 수입 모순


  이 원고는 지난 본지 838호 4면에 게재되었던 마산대 李種建(이종건)교수의 ‘면앙정이냐 부앙정이냐’라는 글에 답하는 성심여대 최신호 교수의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제25회 전국 국문학 발표 대회에서 筆者(필자)는 ‘韓國漢文(한국한문)의 回顧(회고)와 展望(전망)’이라는 主題(주제)를 가지고 發表(발표)한 가운데에서 스쳐지나간 말로 ‘俛仰亭(면앙정)’은 ‘면앙정’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부앙정’으로 읽어야할 것이라고 口頭(구두)로 덧붙인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고 해서 筆者(필자)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뜻밖에 李種建(이종건)교수께서 紙上(지상)에다 발표하면서 까지 문제를 삼고 나섰다. 우선 보잘 것 없는 筆者(필자)의 發表(발표)를 그렇게 까지 세심히 경청하여 주신 것을 먼저 감사한다.
  李敎授(이교수)의 論旨(논지)는 ‘俛仰亭(면앙정)’을 ‘부앙정’으로 읽은 것은 ‘무조건 日本漢字(일본한자) 讀音(독음)을 편승한 것이니 再考(재고)되어야 한다’면서 마치 筆者(필자)가 ‘부앙정’으로 읽은 것은 日本漢字音(일본한자음)을 편승한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면앙정’으로 읽을 것을 고집하면서, 그 근거로는 東國正韻(동국정운)에서 ‘俛(면)’字(자)를 보면 ‘부’의 音價(음가)는 찾아 볼 수 없고 ‘면’으로만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俛仰亭(면앙정)’은 ‘면앙정’으로 읽어야 한다는 단순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筆者(필자)는 日本漢字音(일본한자음)을 편승한 일이 없으며 그럴 必要(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먼저 밝혀 둔다.
  그리고 李敎授(이교수)가 밝힌 바와 같이 東國正韻(동국정운)에는 ‘俛(면)’ 字(자)의 音價(음가)를 ‘면’으로만 밝혀 놓았다는 사실을 筆者(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東國正韻(동국정운)’이란 韻書(운서)는 非現實的(비현실적)인 韻學體系(운학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李敎授(이교수)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現實的(현실적)으로 通用(통용)되어왔다거나 또 後代人(후대인)들이 東國正韻(동국정운)을 토대로 해서 漢字音(한자음)을 읽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宋純(송순)이 漢字(한자)를 音讀(음독)할 때, 東國正韻(동국정운)을 參考(참고) 했을 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東國正韻式漢字音(동국정운식 한자음)을 실제로 例(예)를 들어보자.
  匣(갑)(), 槐(괴)(), 慈(자)(), 邪(사)(쌍), 覃(담)(땀)
  아무리 ‘東國正韻(동국정운)’이라 하더라도 後代(후대)사람들이 이러한 表記(표기)를 따를 이치가 만무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東國正韻(동국정운)은 後代漢字音(후대한자음)의 音價(음가)를 결정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되며, 또 그것을 參考(참고)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宋純時代(송순시대)쯤 내려오면 東國正韻(동국정운) 表音法(표음법)은 완전히 실효성을 잃은 채, 옛날 表音法(표음법)으로 되돌아갔던 시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集韻(집운)’이나 ‘說文(설문)’같은 古典的(고전적) 韻書(운서)가 주목되게 된다.
  ‘集韻(집운)’이나 ‘說文(설문)’을 보면, 李(이)교수가 지적했듯이 ‘俛(면)’ 字(자)는 두 가지로 발음되었다. ‘匪父切(비부절)’과 ‘美辨切(미변절)’이 그것이다. 이것은 뜻에 따라서 音價(음가)가 달랐다. 첫째, 低頭(저두), 곧 ‘고개를 숙이다’의 뜻으로 쓰일 때는 ‘부’로 발음되었다.
  그리하여 俛仰(부앙), 俛詘(부굴), 俛視(부시), 俛拾(부습), 俛首(부수), 俛伏(부복), 俛僂(부루)등 低頭(저두)의 뜻으로 쓰일 때는 부앙, 부굴, 부시, 부습, 부수, 부복, 부루로 발음된다. 이때의 ‘俛(면)’은 ‘集韻(집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俯(부)’와 同字(동자)인 것이다. 만일 이것을 면앙, 면굴, 면시, 면습, 면수, 면복, 면루로 발음한다면 큰 혼란이 오게 된다. 둘쨀 ‘힘쓰다’의 뜻으로 쓰일 때는 ‘면’으로 발음된다. 면언(俛焉),면면(俛勉) 등의 例(예)가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俛仰亭(면앙정)’에서 ‘俛(면)’ 字(자)를 ‘면’으로 발음하여 ‘부앙정’을 읽은 것은 그 어떤 사람이 잘못 읽은 것을 그대로 답습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라 느껴진다. 이것은 俗音(속음)이니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은 잘못이다.
  宋純(송순)이 ‘俛(면)’을 ‘俯(부)’와 同字(동자)로 인식하고 썼다는 증거는 庚辰年(경진년) 二月(이월)에 쓴 ‘俛仰亭贊(면앙정찬)’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다음이 그것이다. 筆者(필자)의 傍點(방점)에 주의할 것이다.

  不壤上穹 小亭子其中 老夫日俯° 仰於兩間 (부앙상궁 소정자기중 노부°일부 앙어양간)
  而中心無愧 自身克己之功 苟非氣養浩然 (이우중심괴 자신극기지공 구비기양호연)
  下際于地上 蟠于天 雖欲俯°仰 安得無愧 (부제우지상 반우천 수욕부°앙 안득무괴)
  於心焉 自從俯°仰非徒在兩間天地備 我反 (어심언 자종부°앙비도재양간천지비 아반)
  以吾身觀吾亭 吾自贊 恐胎譏後世 不欲掛亭欄 (이오신관오정 오자찬 공태기후세 불욕괘정란)

  나타난 바와 같이 ‘俛仰亭(부앙정)’이라 號(호)한 것은 ‘俯仰不愧天地(부앙불괴천지)’를 意識(의식)한 것인데 여기 ‘俯仰(부앙)’은 ‘俛仰(부앙)’과 동일한 것으로 본 것이다. 만일 ‘俛(부)’를 ‘俯(부)’와 동일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면 俛仰亭贊(면앙정찬)을 쓰면서 ‘俛(면)’字(자)를 쓸 곳에다 ‘俯(부)’자를 썼겠는가. ‘集韻(집운)’에 “俛(부)는 俯(부)와 동일하다”라 풀이한 한자 개념을 宋純(송순)은 그대로 지켰을 뿐이다.
  거듭 말하지만 ‘俛仰(부앙)’에서 ‘俛(부)’는 ‘東國正韻(동국정운)’에서 ‘면’으로 읽었으니 그것이 옳다던가, 세상 사람들이 다 ‘면앙정’으로 잃고 있고, 宋(송)씨 문중에서도 그렇게 읽고 있으니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俛仰(부앙)’은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단어인 것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해다 쓴 셈인데 그 수입과정에서 그 뜻만을 수입하고 성음은 우리나라 임의로 고쳐 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단어나 숙어를 수입해 볼 때는 뜻과 聲音(성음)을 동시에 수입해 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俛(면)’이 低頭(저두)의 뜻일 때는 원음대로 ‘匪父切(비부절)’ 音(음)으로 읽는 것이 마땅하다.
  또 宋純(송순)도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俛(부)’를 ‘俯(부)’와 동일자로 보았으니 ‘俛(부)’를 ‘부’로 본 것이다. 이렇게 宋純(송순)이 ‘俛(면)’字(자)를 ‘부’로 읽었다면 後代(후대)사람들도 그렇게 읽어야 하는 것이 宋純(송순)에 대한 대접일 것이다.
  다음은 李敎授(이교수)가 蛇足(사족)을 붙였으니 筆者(필자)도 蛇足(사족)을 하나 더 붙여 둔다.
  ‘俛仰亭(면앙정)’의 讀音(독음)문제를 이야기 한 자리에서 李(이)교수는 무엇 때문에 櫟翁稗說(역옹패설)의 讀音(독음)문제를 들고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李(이)교수는 ‘櫟翁稗說(역옹패설)’의 讀音(독음)을 ‘낙옹비설’로 보았다. 그 이유로는 李齊賢(이제현)이 ‘櫟翁稗說(역옹패설)’을 설명한 자리에서 ‘夫櫟之從樂聲也(부역지종락성야)’라 했고, ‘稗之從卑亦聲也(패지종비역성야)’라 밝힌 것이 있는데, 李(이)교수는 이것에 대한 해석을 잘 못 한데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묻겠다. ‘說文(설문)’에서 ‘江(강)’字(자)의 聲符(성부)를 ‘從水工聲(종수공성)’으로 밝혀놓았는데 ‘工聲(공성)’이라했으니 江(강)을 ‘공’으로 읽을 것인가. 또 ‘泣(읍)’字(자)를 보면 ‘從水立聲(종수입성)’으로 되었는데 ‘立聲(입성)’이라했으니 ‘泣(읍)’字(자)를 ‘입’으로 발음할 것인지 묻고 싶다. ‘櫟翁稗說(역옹패설)’을 ‘역옹패설’로 읽지 않고 ‘낙옹비설’로 읽은 것은 가장 기초적인 六書(육서)중의 形聲法則(형성법칙)을 모른데서 연유한 것이다. ‘夫櫟之從樂聲(부역지종락성)’에서 ‘樂聲(락성)’을 ‘낙으로 소리낸다’라 해석해서는 안 되며 ‘稗之從卑亦聲也(패지종비역성야)’에서 ‘卑聲(비성)’을 ‘비로 소리낸다’라 해석해도 안 된다. 이것은 六書法則(육서법칙)을 전혀 모른 사람들의 해석법이다. ‘夫櫟之從樂聲也(부역지종락성야)’는 ‘櫟(역)은 聲符(성부)로 따지면 樂聲(락성)이다’란 뜻이고 ‘稗之從卑亦聲也(패지종비역성야)’는 ‘稗(패)는 聲符(성부)로 따지면卑聲(비성)이다’란 뜻이다.
  聲符(성부)와 실제 한자의 독음을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櫟翁稗說(역옹패설)’의 독음은 어디까지나 ‘역옹패설’이지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것이다. ‘櫟(역)’자를 왜 ‘역’으로 발음하며, ‘稗(패)’자를 왜 ‘패’로 발음하느냐 하는 문제는 大學生(대학생)의 질문이라면 자상하게 답변을 하겠지만, 이만큼 언급해 두면 ‘낙옹비설’로 잘못 읽은 오류는 깨달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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