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우엔 한선배의 충고가 일생좌우

옛날 선배님의 길잡이 충고에 고마움


  무릇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까운 일부터 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존경한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올 무렵엔 ‘동대 국문과’라면 취직하기에 그리 힘들지 않을 때였다. 말하자면 그만큼 일반적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소위 레벨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막상 졸업을 앞두고 고민했다. 신문사로 갈까, 잡지사로 갈까, 학교로 갈까 망설였다. 그때 선배님 한분이 학교로 갈 것을 권했다.
  그래서 오늘까지 만 30년을 넘게 학교에 머물러 있다. 퍽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때 만일 내가 신문사나 잡지사로 갔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잘 모를 일이지만, 어떤 이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하나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중도에서 탈락해서 지금쯤 어느 후미진 시골 면서기 또는 그만도 못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그 옛날 선배님의 그 길잡이 충고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것도 실은 조그마한 일이다. 허지만 적어도 나에겐 한 생애와 관련되는 일이 아니던가.
  그래 이제 나도 뭣인가 후배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도움 될 일이라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해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그때까지만 해도 직계 내 후배가 한 사람도 없었다. 후배 한 두 사람쯤 있으면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면서 얼마나 좋으랴 싶었다.
  그러던 차에 국어과 자리가 빈다는 정보를 듣고 나는 바로 교장실로 직행했다. 평소 내가 잘 아는 아주 인품 좋고, 실력도 있는 선생이 있는데 내가 소개하겠다고 해놓고 이 선생의 결함이라면 S대를 안 나왔다는 것뿐이라고 했더니, 교장선생님 말씀이 그럼 Y대나 K대냐…심지어는 J대까지 내려가도 내 모교 D대(동대)를 꼽지 않기에 이번엔 오히려 내가 화를 냈다.
  도대체 교장선생님은 동국대학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따졌었다. 그 연유로 해서 후배 한 사람을 꽂게 되었고 몇 해 뒤에 다시 한 사람, 이제는 나까지 세 사람. 조금도 외롭지 않은 선·후배가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다. 물론 나는 편하다. 시험 문제 한번 안내어도 후배님들이 다 알아서 처리한다. 얼마나 좋은가.
  “선배님들, 제발 후배들 좀 끌어가십시오. 그리고 당신들은 이제 좀 편하십시오. 그 작은 일이 실은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못난 선배일수록 후배알기를 우습게 여긴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한 우리 선배님들은 한 분도 그런 분이 안 계신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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