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미 편집장
▲‘지상의 별처럼’이란 인도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8살 꼬마 이샨은 제도권 교육에 적응 하지 못한 채 학급 내 ‘저능아’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사실 이샨은 난독증을 앓고 있어 주입식 교육 시스템의 부적응자일 수 밖에 없었다. 왕따 이산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안타깝게 여긴 니쿰브 선생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솔로몬섬 부족민들이 농지를 개간할 때 나무를 자르지 않는데요, 그저 사람들이 나무에게 욕설만 퍼붓는데요. 나무를 저주하는 거죠. 그러면 며칠 뒤 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한데요. 스스로 죽는 거죠.” 이는 말의 중요성을 짚어주는 대목이다. 사람의 말을 알지 못하는 식물도 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현대 사회에 익히 알려져있다.

▲최근 일본 극우 노선을 걷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유신회 공동 대표 겸 오사카 시장의 발언이 국제 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달 27일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일본 정부나 군이 조직적으로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밖에도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만들 때도 강제 연행 증언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주일 미군은 매춘업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달 28일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역 재개발과 관련된 방미 일정을 취소해야했고, 하시모토 시장에 대한 사직권고안이 추진되고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이같은 행태는 한두번이 아니다.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기본이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수천여 명을 각종 생체실험에 동원했던 731부대를 의미하는 숫자가 표시된 자위대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한다. 그것이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와 상반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로 독일이다. 일본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해마다 모든 나라에 자국으로 인해 피해 받은 사람이 없는지 조사한다. 독일은 침략의 피해를 사과하지 않는 행위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에게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언어폭력이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하시모토 시장은 본인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 받게 될 위안부 피해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논란 이후 하시모토 시장은 강대국인 미국에는 깍듯한 사과를 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되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냐는 반응뿐이었다. 그렇다면 하시모토 시장의 시간은 여전히 20세기 제국주의 시대에서 멈춰버린 것이란 말인가. 선진국 대열에 끼어있는 일본이란 나라에서 그것도 지역 대표가 보인 행태는 국제적 왕따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시모토 시장에게 고한다. 대한민국은 더이상 그대가 생각하는 식민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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