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덕이 생장(生長)에 있다더니 초목이 한껏 무성해가고 있다. 지난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우리 절에서는 이웃경계선의 담장을 따라 대나무를 심었다.
그 자리에는 여러 해 동안 대나무를 가꿔오고 있는데 겨울을 나면 어김없이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시들해져 솎아 내기를 반복해야했다. 지력(地力)이 부족한 것인지, 도시의 환경이 맞지 않아서인지….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의 시들한 오죽(烏竹)을 쳐내고 굵고 내성이 강한 대나무로 바꿔보았다.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토사를 보충하는 한편,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지켜보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드디어 며칠 전부터 죽순이 여기저기서 뾰쪽하게 촉을 세우며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확실히 영혼을 정화하는 힘이 있나보다. 뜰에만 나가면 괜히 즐거워진다.
욕심 같아서는 대나무들 앞에 줄을 맞춰 덩굴장미 묘목이라도 심고 싶지만 우선 대숲이 자리를 잡기까지 기다려볼 심산이다. 만물은 생장하기 알맞은 조건을 만들어주면 거침없이 잘 자란다. ‘최적의 조건’은 ‘좋은 환경’과 다르지 않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만물은 기쁘게 생장하고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에겐 무엇이 행복의 향기로운 원천이 될까?
‘아함경’에는 ‘향기로운 일’에 대한 설법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시자인 아난이 “이 세상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는 향이 있습니까?”하고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한 묘향(妙香)이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계향(戒香)·문향(聞香)·보시향(布施香)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향기 중에서 이 세 가지 향기가 가장 훌륭하며, 그 어떤 향으로도 비교되지 않는다.”
여기서 향기는 아름다운 행위와, 그 행위로 인해 얻어지는 세상의 명성을 의미한다. 계향은 ‘자기질서’와 같다. 유혹을 절제하고 계획한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힘이다. 문향은 잘 듣는 ‘열린 귀’를 뜻한다. 배움은 귀를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귀가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보시의 향기이다.

베풀어야 복이 생기고 그 복으로 인해 안락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 “북을 잘 치면 춤은 절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삶의 리듬을 찾아보라! 잘 사는 것은 분명 향기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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