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 닥쳐온 암이라는 악몽…조혈모세포 이식 절실해

 ▲최종욱(행정4)
정이 많고 건강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운동을 좋아했고 세상 돌아가는 데도 관심이 많았다.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 언제나 인기가 많던 그에게 어느 날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밝은 표정을 말없이 덮어 버렸다.

축구선수를 꿈꾸었던 스물넷 청년은 지금 서울성모병원 무균실에 있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환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에 튜브를 꼽았고, 머리는 바짝 깎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코 끝까지 올려쓴 채 인사를 건넸다. 무균실 유리벽은 우리에게 그의 날숨은 물론 목소리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화기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그의 음성, 뻗을 때마다 벽에 닿아 가로막혔던 그의 손. 병마(病魔)는 그렇게 세상과 그를 갈라놓았다.

암 선고, 그리고 충격적인 재발
최종욱(행정4) 군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림프종(임파선암)으로 1년 가까이 투병중이다.
최 군이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지난해 6월. 감기 때문에 병원 세 군데를 전전했지만, 오히려 한 시간 넘게 코피를 쏟아낼 정도로 증세는 악화됐다. 서둘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에 최 군은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했고, 그 곳에서 의사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4기에 해당하는 심각한 림프종이 진행 중이며 당장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암 선고를 받은 직후 지옥과 같은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항암치료는 사람을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킨다. 특히 독한 항암제를 처음 입에 댔던 치료 첫 주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최 군은 “너무 힘들어서 ‘정말 내가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최 군은 그런 치료를 일곱 차례나 견뎌내며 조금씩 암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났다. 결국 올해 1월 감격스러운 완치 판정을 받았고,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하지만 행복한 앞날을 꿈꾸던 최 군에게 병마는 끈질기게도 다시 찾아왔다. 림프종이 재발한 것이다. 이때 최 군은 자신을 괴롭히던 백혈병의 존재 또한 알게 되었다. 최 군은 아홉 달 전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절망에 휩싸였다. 최 군은 “병과 싸우는 것을 계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다. ‘치료를 그만두고 남은 삶을 즐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 최 군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혈액암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과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아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지 않으면 최 군의 항암치료가 성공한다 해도 암이 재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및 아시아, 미국 등지의 기증자 15만 명과 조혈모세포 대조를 해본 결과 최 군과 맞는 기증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친구 살리려 발 벗고 나섰다
최 군은 2010년 시사토론 소모임 회장을 맡아 재학하던 행정학과는 물론 북한학과, 정치외교학과에서도 알아주는 마당발이었다. 토론 소모임 동기였던 이정섭(정치외교3) 군은 최 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람을 사귀기를 좋아했고, 모난 데 없는 친구였다”고 이야기했다. 최 군은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었을 정도로 운동에도 소질이 있었다. 축구 소모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창준(북한2) 군은 “축구를 매우 잘했고 승부욕이 강했다”고 말했다. 최 군의 절친한 친구인 성철은(행정3) 군은 “종욱이의 재발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랐다”며 “학과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종욱이를 위한 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 군은 교수 사이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심익섭(행정학과) 교수는 최 군은 “성실하고 차분하게 공부하던 학생”이라며 “병마가 그렇게 깊다는 걸 알게 된 뒤 어떻게 최 군을 도울지 학생들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심어린 기도와 응원을
한편 다른 대학에서는 최종욱 군처럼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학우를 돕기 위한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상경대 학생회는 지난 2009년부터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캠페인은 2009년 급성 백혈병 투병 중이던 재학생 노 모 씨를 위해 학생회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골수 기증자를 찾아 나섰던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아픈 학우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과 헌혈증 기증 캠페인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 4월 한국국제대는 선천성면역결핍증 투병중인 최 모 씨를 돕기 위한 헌혈증 기부 행사를 개최했다. 금강대도 지난해 림프종 투병 중인 재학생 김 모 씨를 위해 희망 성금 약 630만원을 모았다.

최 군에게 학교에 돌아온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들었다. “병이 다 낫는다고 해도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식을 받는다 해도 감염 등의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제 1년만 학교를 더 다니면 영예로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아쉬움은 더욱 크다. 최 군을 고통의 늪에 빠지게 한 암(癌)은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최 군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정이 많고 건강했던 스물넷 청년, 그의 꿈과 미래를 아로새긴 어린잎은 어두운 병마의 그림자에 가려 시들고 있다. 최 군에게 짙게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는 건 1만 4천 동국인의 관심과 격려다. 최 군의 회복을 위해 학우들의 진심어린 기도가 필요하다. 최 군이 다시금 삶의 희망을 되찾도록 한마음으로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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