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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동국인 <42>서울고검 김영헌 동문“선배는 든든한 큰 바위 얼굴”
  • 배종성 객원기자
  • 승인 2013.05.20
  • 호수 1540
  • 댓글 0

     
 
   
 
기자가 김영헌 동문(경찰행정 94졸)을 인터뷰 하기 위해 근무지인 서울고등검찰청을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한사코 사양했다. 부담스럽게 후배가 직접 찾아오는 것보다는 연등도 구경하고 후배들도 만날 겸, 직접 학교로 찾아오겠다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김 동문은 서울고등검찰청 소송사무과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서 고위 공직자의 근엄함이나 권위의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진솔한 인터뷰를 하면서 김 동문이 지닌 인간적인 매력과 팔색조 같은 다재다능함, 그리고 후배들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김 동문은 1993년 37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당시 김 동문의 나이는 22살. 아직 졸업도, 군 복무도 하지 않은 ‘어린’ 청년이 행정고시에 합격하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공과 다른 선택으로 행정고시를 본다고 하니 모두가 회의적이었어요. 경찰행정학과에서는 경찰직을 놔두고 한눈팔아서 되겠느냐고 질책하는 선배도 있었고 고작 2년 준비해서 어떻게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죠. 하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모두가 기뻐하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현재는 경찰행정학과에서 다수의 고시 합격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당시 김 동문의 합격은 경찰행정학과 사상 두 번째의 큰 사건이었다. 그것도 경찰행정학과 출신 최초 합격생과 20여 년의 격차가 있었다. 김 동문이 고시 합격의 물꼬를 튼 이후, 경찰행정학과는 31명의 고시 합격자가 나왔다. 그는 주변에서 강요하는 진로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선구자적인 위치에 섰다.

“누군가 성취를 보이면 주변의 사람들도 자극을 받고 그 목표를 지향하죠. 이것을 ‘자기 효능감’이라고 합니다. 제 작은 노력으로 다른 후배들도 다른 길이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이것이 선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밝아지는 사회 보며 보람 느껴
김 동문은 서울중앙지검, 서울북부지검에 범죄정보과, 수사과, 조사과 등을 거친 범죄수사의 베테랑이다. 그가 들려주는 수사 이야기는 영화만큼이나 흥미롭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수사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모든 증거와 정황들을 포착했지만 결정적으로 도박 사이트 서버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수사가 진전되긴 어려웠죠.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이 과연 개인의 돈일까? 수사한 결과, 대형 카드사에서 도박 사이트로 돈이 유입되는 걸 묵인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이후로 도박 사이트에서는 카드를 이용할 수가 없게 됐죠. 제가 지휘한 수사로 사회가 점점 건전해지는 건 큰 보람 중에 하나입니다.”

공직은 목적이 아닌 훌륭한 수단
김 동문은 공직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업무에서 얻는 보람뿐만 아니라 공직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자랑하는 공직의 매력은 여러 기회의 문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유학과 교육의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는 취득한 사람이 몇 안되는 미국 FBI 아카데미 수료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FBI 아카데미에 지원한 건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학생 때부터 품어온 꿈이 있었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를 가르쳐주셨던 고(故) 서재근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은 항상 FBI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반지를 끼고 다니셨죠. ‘나도 언젠가 그 반지를 끼고 말겠다’라고 다짐했었어요.”

그는 범죄 수사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론의 한계를 넘어 선 실무중심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검찰청에서 교육을 담당한 경험을 살려 면담과 수사기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실전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금융감독원, 방위사업청, 포스코 등 정부부처와 기업을 막론하고 그를 초빙할 정도다.
“공직은 저에게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알지 못했던 것을 배워서 실무에 적용하고, 또 이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강의할 수 있는 건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공직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닙니다. 공직이라는 훌륭한 수단을 이용해 자기를 개발하고 나아가 조직과 사회 전체에 보탬이 되는 것이죠.”

다재다능함의 비결은 ‘3E 법칙’
김 동문은 특유의 선배관을 가지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선배의 역할은 ‘큰 바위 얼굴’이다.
“선배는 후배들에게 ‘큰 바위 얼굴’이 돼야 합니다. ‘큰 바위 얼굴’은 멀리서도 잘 보이잖아요. 후배들이 학교에서 실력을 쌓는 동안 사회에 있는 선배들은 후배들이 바라보고 그들의 목표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제가 머리가 좀 큽니다. 그래서 이런 발상을 해본거죠. 하하.”
그는 지난 4월 2일에 행정고시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고시 설명회의 강사로 후배들 앞에 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경찰행정학과 1, 2학년을 대상으로 멘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단순히 자신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나아가 학교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고위 공직은 결코 쉽게 성취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과 의무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동문은 검찰청에서 사회 정의를 위한 본연의 책무를 다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그가 쌓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후배들을 위해 학교로 달려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검찰청의 20여 년차 베테랑 수사관이자 수사, 면담 분야의 전문 저자 겸 강사, 그리고 경찰행정학과의 든든한 멘토. 그의 직함은 그의 능력만큼이나 다양하다. 그의 다재다능함의 원동력은 그가 원칙으로 세운 3E의 법칙에서 비롯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험(Experience), 노출(Exposure), 교육(Education)이 중요합니다. 교육은 10%에 불과하고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깁니다. 그렇게 즐기다 보니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들도 도전을 두려워 말고 몸을 부딪치십시오.”

공직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항상 새로움에 도전하는 김영헌 동문.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직자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또한 선배 동국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든든한 ‘큰 바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김영헌 동문 프로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1994) △뉴욕 주립대 범죄학 석사 △FBI 아카데미 졸업 △37회 행정고시 합격
△대검찰청 검찰 연구관, 서울동부지검 사건·총무과장 역임 △2011~12년 금융감독원 ‘우수강사’ 선정


 

배종성 객원기자  baessi03@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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