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대생


  누가 그랬는지 그렇게들 말하고 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싫소. 왜냐구요 “여성” 그것은 나에겐 너무도 신비스럽고 부드럽게만 여겨지니 말이오.
  그렇다고 뭐 내가 ‘봄은 남성의 것’이라고 고집 부려보자는 것은 겨로 아니구요 그거야 말로 괴변 중에 괴변이란 것 것쯤 알 수 있는 그 정도의 아량은 나도 갖고 있다고.
누가 나에게 봄에 대한 정의를 말하라고 구태여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소. “봄은 여대생의 것”이라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어쩐지 무섭구나. 기분 나쁘게 “허교수 이상한 분이다”에 “여학생은 여성이 아닌가 뭐” “우리 항의하러 갈까” “허교수 머리가 이러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나는 으슥한 우리학교 한 구석진 나의 연구실 창문을 돌아다 본다.
  공격의 눈들이 나를 향해 있지나 않는가고.
  그러나 여대생 아씨들 좀 참으소. 나의 해명을 좀 듣고 보소.
  ‘봄’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하고 어머니의 젖줄기 달고 구수한 젖이 한없이 줄줄 흐르는 젖줄기.
  참 “봄은 여성의 것” “여성 즉 봄”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다오.
  “봄은 시끄럽고 귀여운 것”이라고도, 그칠 줄 모르게 재잘대는 귀여움 그 귀여운 소리는 높으게도 때로는 낮게도 형형색색의 시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음악소리 같은……
  공중을 나니는 비비새 훈훈한 아지랑이 품은 땅속에서 뽐내고 솟아나는 들의 새싹, 귀여운 자녀들 여대생을 연상하였다고 하여 무슨 그리 화 낼리야 있소.
  아예 내 창문가를 향하여 무서운 얼굴이랑 하지 마소.
  내가 언제 여대생을 여성이 아니라고 했소 여성중의 여대생 자네들이야말로 내가 상징하는 ‘봄’ 바로 그것이라오.
  연구실에 파묻혀 있다가 운동장에 나오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얼마 안되는 자네들이라오. 거무튀튀한 더벅머리들 학생주점에서 마신 막걸리 냄새를 풍기는 바로 그 저쪽에서 밝은 옷, 밝은 얼굴에 깨끗이 닦아 신은 구두, 아무리 나도 북쪽에서 남쪽에 온 기분,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그칠 줄 모르는 ‘호호…’
  ‘까르르’ 옆에 더벅머리들 있거나 말거나 우리들만의 세상, 그저 유쾌하고 즐겁고 그뿐인가 이뿐이 옷에 봄이 오면 늦을세라 내 옷에도 봄을 입겠다고.
  교수의 강의에는 흥미조차 없는지 노트의 한 구석엔 멋있는 봄의 패션 스타일이 그려지고 옷에 대한 머리에 대한, 구두에 대한, 봄은 과연 여대생의 것.
  그러나 여대생 아씨들 자네들만 봄을 맛보지 마소 뒤에 앉은 더벅머리 갑돌이도 봄은 안다오.
  이번 일요일엔 그들에게도 봄의 맛을 한아름 안겨다 주구려.
  어울려 아지랑이 뭉게뜨는 들로 동행하여 주는 것도 어떨까.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