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수 원장
정신집중이 안되고 건망증이 심하다는 사람들을 정신과 진료실에서나 주위에서 종종 본다.
어떤 학생은 책을 봐도 집중이 되지 않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책 위로 눈만 스쳐갈 뿐이어서 몇 시간을 공부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호소를 하는 사람들을 상담해보면 공통적으로 잡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깐 하는 잡념, 특히 공상은 힘들고 지친 생활에서 위안이 되고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현실상황을 대신 할 정도로 잡념이 많으면 우리의 머리는 외부현실의 자극을 적절히 받아들이고 소화하는데 장애가 있게 된다.

20대 후반의 만학도인 환자가 진료실을 찾게 된 까닭은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신집중이 전혀 안 되고 뭘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이런 증세가 시작된 것은 몇 년 전부터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할 때였다. 별로 좋지 않은 대학을 2년인가 군대 가기 전까지 다녔는데 그때 항상 '여기는 내가 있을 데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류 대학에 다니는 공상을 하였다. 그런 공상을 하는 생활이 몇 년 계속되었고 그 후 집중이 안 되는 증상이 생겼다.

상담을 통해 환자는 그때 오랫동안 공상을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환자는 공상의 벽 속에 갇혀 있다 보니 밖의 자극이 들어올 수 없었다. 오랫동안 습관들여진 공상의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보통은 몇 번 벽을 허물어뜨리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다. 이러한 환자들일수록 조급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공상의 세계로 쉽게 빠져들었는데 지금도 역시 조급하게 자기 상태가 빨리 호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공상이 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공상할 시간이 없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노력해서 이루기보다는 공상 속에서 욕구충족이나 하려 한다.

정신집중이 안 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이러한 점을 자각하고 현재 자기가 잡념으로 뒤떨어진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되었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눈을 크게 떠서 현실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잡념은 줄게 된다. 간혹 잡념이 또 들면 머릿속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끄도록 해야 한다. 잡념은 우리를 태울 수도 있는 불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