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감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

장남감 콜렉터 김혁(연극영화 83학번) 동문

80년대 딴따라 색안경 속에 우리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시나리오를 쓰고, 어느새 학교를 나와 학생운동 한복판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열혈청년. 후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장난감 콜렉터로 유명한 김혁(연극영화 83학번) 동문이다.

처음엔 단지 좋아서 장난감을 사 모았지만 현재 전문적인 장난감 콜렉터로, 수집한 장난감만 약 1만 5천 점이나 된다. 지난해 8월에는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라는 장난감 도서도 출간한 바 있다. 또한 특수 박물관 기획을 공급하는 주식회사 ‘와일드옥스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기도 하다.

선후배들은 그를 두고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신출귀몰한 ‘도깨비’ 같다고 말한다. 이력부터 유별난 김혁 동문을 만나 그의 학창시절 에피소드와 장난감 철학을 들어 봤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정신없고, 재밌었고, 치열했고, 복잡다단했다”고 표현했다. “극작을 전공하면서 시나리오 쓰는 등 재미난 일도 많았지만 80년대의 불합리 했던 시대적 상황이 학교를 못 다닐 정도로 나를 치열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그 시절을 돌아봤다.

목동 철거 반대 운동을 하는 선배를 따라 목동 빈민촌에 갔었다고 한다. 땅을 파고 비닐을 덮어 토굴 생활을 하는 빈민촌 사람들을 보면서 억압된 현실을 참을 수 없었다고.

이 세상의 불평등함과 비참함을 어떻게든 고쳐 보고자 학생운동을 시작했다는 김 동문. “그 당시는 자신만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았던 모두가 그랬다”며 이 시대의 부조리에 저항 한마디 하지 않는 지금 대학생들의 세태를 아쉬워했다.

김 동문은 혼탁한 세상과 맞서면서도 어린아이들의 순진함과 천진난만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장난감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모아온 장난감이 그 당시도 상당했으니 말이다. 그는 “단순히 좋아서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안 버렸을 뿐인데 어느새 많은 양이 되고 수집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난감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순간 반짝이는 눈을 본 것은 착각이었을까. 그는 장난감의 가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강연자로 돌변했다.

장난감은 어린아이들이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접하고 어린아이들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간과한다는 것이 김혁씨의 생각이다. 장난감의 어원은 ‘놀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흐르는 냇가의 물이나 우리가 흔히 보는 주위 물건이 장난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좁은 의미의 공산품으로써 장난감이 아니라 가지고 놀 수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주는 도구적 가치에 문화적 요소가 더해져 장난감의 예술적 가치가 날로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장난감을 수집하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데 유럽의 경우, 일찍이 그 가치를 인식하고 중요 문화유산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장난감의 예술적 가치가 소홀히 여겨져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애니메이션박물관, 장난감박물관, 아이스크림박물관 등 기발한 박물관의 기획과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와일드옥스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경기도박물관에서 ‘놀이와 장난감’이란 부제를 달고 장난감 전시를 했었다. 약 3개월간 열린 전시회는 경기도박물관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박물관 장난감 전시를 성공으로 이끌어 장난감 콜렉터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여 그의 네이버 블로그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http://blog.naver.com/khegel)를 방문하면 자신의 장난감 일기에서부터 그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까지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청산유수 같은 그의 ‘글빨'에 쑤욱 빨려 들어간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네이버 인기 블로그라고 한다. 그의 세계를 더 느껴보고 싶다면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테마파크 파라다이스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내 인생 최종 목표다”라며 씩 웃는 사십대 아저씨.
“돈을 많이 번다면 잘 먹을 수는 있지만 잘사는 것... 글쎄요”라며 운을 뗀 김혁씨는 자신이 원하는 일의 최종 목표를 이뤄 성취감을 느꼈을 때, 내가 행복하면 비로소 잘 사는 것이라고 한다.

월트 디즈니는 만화 영화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이용해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그 또한 원래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테마파크를 만들는 것이 그의 잘 먹고 잘사는 법이 될 거란다.

김혁씨는 비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도깨비’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어린 시절의 추억 한편에 남아있는 ‘장난감’을 김혁씨는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까. 그가 만들어갈 장난감 세상이 문득 궁금해진다.

글=이송이 기자
사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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