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望鄕(망향)’ (뻬뻬 르 모꼬)를 보고
‘가방’의 처절한 표정 印象的(인상적)감동과 충격 지속되고

  좋은 映畵(영화)란 어떤 것인가를 한마디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본 당시의 충격과 감동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영화를 名畵(명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불란서 문학관에서 상영된 <뻬뻬 르 모꼬(pepe le Moko)>가 이 범주에 속하는 영화중의 하나다. 모꼬 영감이라는 제목 밑에 ‘영감은 여자 때문에 망할거야’라는 부제 비슷한 글귀가 팸플릿에 씌어져 있어 바람둥이 늙은 영감 쟝 가방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자리에 앉았는데, 화면에 비친 쟝 가방은 젊음 미남자로 40년대 톱 모드인 헐렁한 바지 차림의 멋쟁이였다.
  영화의 무대는 惡(악)과 犯罪(범죄)의 소굴로 이름난 알제리 市(시)의 카스바. 이곳은 살풍경한 거리로 경찰의 힘이 미치지 못하며 범죄자들의 좋은 은신처가 되었는데 파리에서 도망은 범죄자 빼빼(쟝 가방 역扮(분))도 집시여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情婦(정부) 이네스 (린느 노르 扮(분))와 함께 이곳에 숨어살면서 암흑가를 주름 잡고 있었다. 그를 잡기위해 파리에서 형사대가 밀파되어 카스바를 뒤지나 허사였다. 이때 파리에서 觀光(관광)차 이곳에 온 갸비(미레이유 발랭 扮(분))를 우연히 찻집에서 만나게 된 빼빼는 고향에 대한 야릇한 鄕愁(향수)속에 젖어들며 고향의 아름다운 女人(여인) 갸비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빼빼와 같이 파리로 떠나기로 한 갸비는 부호의 끈질긴 구혼도 물리치고 빼빼를 기다리는 데 스리만이 나타나 빼빼의 신분을 폭로하고 이미 체포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파리로 가는 배에 태운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알고 난 빼빼는 울며 붙잡는 이네스를 뿌리치고 위험을 무릅쓰고 카스바를 뛰쳐나와 경찰의 눈을 피해 배를 뒤지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선실 벽에 기대어 실의에 빠져 있는 갸비를 끝내 보지 못하고 뒤따라온 형사에 체포되고 만다. 수갑에 묶인 채 배에서 내려진 빼빼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여인 갸비의 모습을 보고자 스리만에게 간청하여 승낙을 얻는다. 선창으로 향하는 철문이 닫히고 철문 너머로 갑판에 나온 갸비를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통해하던 쟝가방의 처절한 표정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빼빼를 못 잊어 카스바를 물기어린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갸비를 목청껏 부르나 요란한 뱃고동소리 때문에 양손으로 귀를 막아 버린 갸비에게 들릴 리 없다. 잠시 후 홀로 선실로 사라지는 갸비의 뒷모습을 절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빼빼는 포켓에서 나이프를 꺼내어 옆구리를 찌르고 만다. 뱃고동소리가 구슬프게 부두에 퍼진다.
  ‘무도회의 수첩’ ‘상선데나시터’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거장 ‘줄리양 뒤비비에’가 당시 시나리오계의 명수 ‘앙디쟝생’과 ‘아셀베’의 합작 각본으로 1936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마르셀 까르네와 쌍벽을 이루는 그의 페시미즘을 선명히 나타내준 수작영화다. 기묘한 집들로 이루어진 異國的(이국적)인 카스바의 묘사, 깡패의 세계, 愛人(애인)을 눈앞에 두고 목숨을 끊은 쟝가방의 처절한 모습이 인생의 허무를 실감케 하는 이 영화는 쥴리앙 뒤비비에의 뛰어난 솜씨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故鄕(고향)을 그리는 우수어린 사나이, 愛人(애인)을 만나 기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열정적인 남자로 분하는 쟝가방의 감동적인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찻집의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音樂(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던 빼빼가 “당신에게서는 메트로 냄새가 난다”라는 기막힌 대사를 갸비의 귀에 대고 속삭이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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