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껴 장보는 법’등 유용한 강의·아파트형 기숙사가 특징

사실 우리는 모두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에 대한 로망을 한번 씩은 꿈꾼다. 나도 그랬던 사람 중 하나로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영어공부에도 관심이 많았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1학년 입학 때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이를 위해 나름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그렇지만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도 킬 대학(Keele University)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사실 갑작스러운 호기심 발동이었다.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여러 나라들을 찾아보던 중 영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처칠, 셰익스피어, 해리포터의 나라, 지난 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나라, 영국은 어떤 나라인지,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미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킬 대학교 학생회관
2009 타임즈 선정 41위 랭크
물론 영국은 대학교하면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처럼 명문대학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킬 대학과 같은 소도시에 위치한 학교들은 우리에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킬 대학은 영국에서 20세기에 지어진 최초의 대학이자 영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진 학교로서 2009년 타임즈 41위에 랭크된 학교다.
이곳은 Dual Honours degrees(여러 주제를 공부할 수 있는 복수전공과는 다른 개념)를 제공하는 영국 최초의 대학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위 복수 우등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 한국의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세, 네 개씩 하는 것은 찾기 힘든 반면에 이 학교 학생들은 학생 1인당 기본적으로 세 개나 네 개의 과목들을 전공수업으로 들어야 한다. 킬 대학은 장학금 수여의 기회가 많은 학교로 비즈니스 & 경제, 컴퓨터과학 & IT, 외교학, 범죄학 등이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학교 중앙광장에서 바라 본 중앙도서관 전경
재학생 70% 기숙사 거주
보통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 가면 긴장을 하게 되고 빨리 그 공간에서 적응하려 한다. 그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거주지, 즉 내가 살 집인데 킬 대학은 국제 학생들은 물론이고 현지 학생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잘 충족시켜주는 학교다. 킬 대학에는 재학생의(국제학생 포함) 70%가 학교 내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학교 자체가 넓을 수밖에 없고 그 넓은 캠퍼스 안에 크게 네 종류의 기숙사가 아파트 단지처럼 분포되어 있다. 내가 4개월 동안 살았던 기숙사 건물은 15명이 살았는데 15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부엌을 함께 쓰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식사 준비를 하며 이야기할 시간도 갖는다. 가끔씩은 건물 아이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같이 요리하고 먹으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 측에서도 다양한 학생 복지 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있는 스포츠 센터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코트와 운동기구들을 대관해 배드민턴, 배구, 스쿼시 등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교내에 헬스클럽이나 요가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식단을 스스로 챙겨먹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매 학기 시작마다 학생들에게 ‘돈 아껴서 장보는 방법’, ‘쉽게 스스로 요리하는 방법’ 등의 강좌를 개설해 강사를 초빙하여 학생들이 유용한 정보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나 역시 높은 물가로 위와 같은 강좌들이 초반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킬 대학교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잔디밭
만남의 장, 소사이어티 활동
킬 대학에도 우리학교와 같이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다. 내가 참여한 소사이어티 모임은 한국 소사이어티(Korean Society)로(여기서는 동아리를 소사이어티라고 부른다)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동아리였다. 킬 대학 자체에 한국인들이 거의 없어서 동아리 구성원들은 영국인은 물론 중국인, 홍콩인 등 아시아계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보통 영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소사이어티의 성격상 한국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대화주제도 잘 통했고 여러 번 모임을 가지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가장 유익했던 활동은 외국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것인데 쉽게만 생각했던 모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치려고 하니 흥미롭기도 했고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2년 여름 동국대학교를 방문했던 킬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들
매혹적인 영국인의 매너와 발음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에는 새로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더불어 인종차별을 당하지는 않을까, 내가 잘 적응할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영국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기보다 그들 자체가 원체 낯을 많이 가려서 가까움의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지 막상 친해지고 나면 우리나라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왔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보여준 영국이라는 나라.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더 그곳에서 공부해보고 싶다. 멋진 영국 신사들의 매너와 발음에 빠져버려서일까.
▲박성윤(교육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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