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내음 가득한 목멱에서 찾은 가을

‘남산’은 조선시대에는 마른날에도 나막신을 신고 다녀 딸깍발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가난한 선비들을 품었다. 6·25를 전후해서는 해방촌이라 불리기도 하며 월남해 집단으로 거주하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그런 남산이 지금은 지친 도시인을 품는 도심 속 휴식처가 돼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를 감싸고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남산 코끼리’라는 말이 있듯, 가까이 있지만 학생들은 무심히도 남산을 대했다. 우리도 가을을 맞아 넘쳐흐르는 남산의 매력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오늘은 그를 찾아가 보자.

시작하기 - 상록원 옆 남산길

목멱산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지. 목멱대동제, 목멱가요제 등에서 보듯 학내에서 종종 쓰이는 이 말은 남산의 조선시대 이전의 명칭이다. 우리가 얼마나 남산과 가까이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단어다. 또 그를 느끼게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남산길이다.

이는 상록원 식당 입구 옆에 있는 주차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성한 나무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험한 계단이라고 지레 겁먹고 다시 돌아가지 말고 이 길을 계속 따라 나가 보자. 코끝을 상쾌하게 하는 나뭇잎 냄새를 맡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남산과의 만남이 시작 된다.

추천코스 1 - 점심 먹고 몸이 즐거운 산책길

올해 10월 남산에는 오래 걸어도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우레탄이 깔린 조깅트랙이 생겼다. 학교에서 남산길로 올라와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이 길이다. 우레탄 조깅트랙은 마지막 포장 단계에서 호두껍질 가루를 뿌려 비가와도 미끄럽지 않다고 하니 비오는 날도 걱정이 없다.

여기서 300m 쯤 걷다보면 N서울타워로 가는 계단을 만나게 된다. 계단을 오르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하나는 타워로 가는 길, 하나는 조깅트랙이 시작되는 길이다. 조깅트랙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꺾어 내려가면 나뭇잎의 단풍이 머리카락에 닿아 물들 듯 풍성하게 늘어져있어 경치를 바라보며 이야기나누기가 안성맞춤이다.

남산에 처음 왔다는 신다은(경제2) 양은 “산책로가 굉장히 좋다”며 “위에서 내려다 본 학교도 새롭게 느껴지고 경치도 좋아 자주 산책하려 한다”고 말했다.
학교로 돌아오기까지 약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라 점심식사 후에 틈을 내어 걷기 좋다. 목멱골에 위치한 학교를 십분 이용해 심신을 단련시켜보는 것은 어떨지.

남산 케이블카와 서울시 풍경
추천코스 2 - 케이블카 타고 눈이 즐거운 소풍길

국내에 설치된 케이블카 중 최고참은 누구일까? 정답은 바로 1962년 개통해 45년간 고집스럽게 외줄을 탔다는 ‘남산 케이블카’. 강의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조깅트랙을 따라 걸어보자. 한옥마을, 명동 등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다 바깥으로 나가는 계단으로 가면 남산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건물이 있다.

두 번째 계단이 건물과는 더 가깝지만 도로를 건널 길이 없다. 꼭 첫 번째 계단에서 내려가는 것을 잊지 말자. 케이블카 승강장 주위에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데, 특히 이 골목은 돈가스집이 많아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남산돈가스’를 맛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케이블카 이용가격은 현재 편도 5,500원, 왕복 7,000원이지만 생각보다 케이블카 타는 시간은 짧다. 하지만 외줄에 의지해 스릴을 느끼며 익숙한 서울 풍경을 내려다 보는 것도 평소와 반전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산 정상에 도착하면 남산의 상징이자 서울의 가장 높은 곳, N서울타워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N서울타워는 1969년 TV와 라디오 방송을 수도권에 송출하기 위해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종합 전파탑이다. 항상 예쁜 조명을 받는 관광지인줄만 알았는데 현재도 전국 가청인구의 48%가량이 N서울타워의 전파탑을 이용해 방송을 시청한다고.

팔각정에서부터 타워 옆까지 연결돼 있는 ‘하늘길’을 따라가면 탁 트인 서울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서있기는 어려울 터, 이럴 땐 N서울타워의 지하 1층 로비로 들어가 보자. 따뜻한 공간에서 각종 영상물을 감상 할 수 있고 뚜레쥬르도 운영한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으며 바라보는 야경은 타워안의 비싼 음식을 먹으며 바라보는 야경 못지않게 좋다.

N서울타워 앞에서 낙엽으로 장난치는 아이들
추천코스 3 - 담소 나누며 걷기 즐거운 이야기길

남산의 길은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길이 잘 닦여있어 산책하거나 조깅하기에 좋다. 대부분의 산에서 부부나 가족, 친구들끼리 걷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남산에서는 더욱 특별한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그것은 편안하게 산책하는 시각장애인들이다.

1991년 자동차 출입이 통제돼 안전하고 조용해져 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아들, 시각장애인 부부가 장애물 걱정 없이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거니는 것을 바라보면 산책로의 단풍만큼이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훈훈한 풍경을 지나 앞의 두 코스와 반대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 할 것이다. 이 호젓한 산책길을 걸으면 소월길로 내려가는 방향에 남산 야외 식물원이 위치해 있다.

남산 야외 식물원은 서울지방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 269종이 심겨져 있고 무궁화원, 유실수원, 약용식물원, 식용식물원, 덩굴식물원, 희귀식물원 등 13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남산 식물원과 달리 야외에 조성된 식물원이라 인공호수도 조성되어 있고, 새로운 종류의 식물이 나올 때마다 푯말이 붙어있다. 보고 느낄 것이 많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많아 캠퍼스 커플이 데이트하기 알맞으니 한번 꼭 다녀와 보기를. 식물원을 구경하고 나면 한남동이나 이태원이 가까우니 산을 내려가 맛집을 찾아 음식을 즐기는 것도 하루의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다. 

사진 =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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