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 스트레스 날리는 삶의 활력소

 
대학생들 사이에서 마라톤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 인기란 참가신청이 수강신청을 방불케 할 정도. 나이키 스포츠에서 주최하는 ‘NIKE We Run Seoul 10K’는 올해에 그 인기가 최고점을 찍어 행사 접수 시간 15분 만에 행사 참여 정원 3만 명이 다 채워지는 진기록을 세웠다.

SNS상에서는 지인들이 마라톤 대회 참가신청을 성공해서 자랑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라톤이 또 하나의 대학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오는 10월 28일에 열리는 ‘NIKE We Run Seoul 10K’에는 31명의 우리대학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참가한다. 10월 9일 오후 7시 30분 상암동 월드컵 평화의 공원. 늦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대회 주최 측에서 마련한 단체 연습을 위해 10여 명의 동국인들을 포함한 수 많은 학생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다.

팀의 캡틴을 맡고 있는 박예린(중어중문3) 양은 “주최측인 나이키에서 학교마다 캡틴을 정해 팀을 꾸려준다”며 우리학교 학생들이 모이게 된 계기를 귀띰해 준다. 늦저녁 연습이라 피곤할 법도 한데 학생들의 눈빛은 마라톤에 대한 열기로 가득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달리기
헬스도 수영도 아닌 왜 이들은 달리기를 선택했을까? 달리는 이유를 묻자, ‘NIKE We Run Seoul 10K’에 동국대학교 팀으로 참가하는 박상예(정치외교2) 양은 처음엔 상품에 눈이 멀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도 싶었어요. 그런데 남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니 오기도 생기고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함께 경쟁하면서 같이 달리는 것이 너무 재밌어요.”
또 다른 참가자인 류미현(경영4) 양은 해외봉사를 같이 다녀온 사람들과 함께 마라톤을 준비중이다. “봉사를 같이 다녀온 사람들끼리 뒤풀이로 만나는 것보다 뭔가 의미있고 색다른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동아리같은 참가 제한도 없어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어 제격이었죠.”

그녀의 목표는 1시간 15분인 기록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다. 박상예 양은 이동할 때 7km 이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닌다. 주로 신촌에 있는 집에서 서대문까지 걷는다고.
풀코스를 달리는 것이 목표인 허우천(기계공학4) 군은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2년을 기간으로 잡고 연습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씩 5~7km를 주로 학교 근처 남산에서 달린다.

함께 달리는 ‘페이스메이커’
“달리기는 그 어떤 운동보다 정직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허우천 군.
박예린 양은 “이 대회를 통해 우리학교 학생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같은 취미를 공유하다 보니 쉽게 돈독한 관계도 맺을 수 있었죠.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만날 수 있는 점도 좋아요”라며 달리기 덕분에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단다.

박 양은 최근 마라톤 달리기 동아리 개설을 학교에 신청했다. “지금 함께 달리는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습을 하며 지내고 싶다”고 이유를 밝힌다.
201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류미현 양은 함께 하는 친구들 덕분에 더욱 연습하게 된다고 전했다.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같이 연습하는 것이 서로 으쌰으쌰하며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옆에서 조금만 더 뛰자고 말하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거죠.”
류 양은 ‘NIKE We Run Seoul 10K’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2012 희망서울 레이스’도 친구들과 함께 준비 중이다.

끈기를 배우는 달리기 문화
‘NIKE We Run Seoul 10K’나 ‘2012 희망서울 레이스’를 포함한 수 많은 마라톤 대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마케팅의 일종으로 마라톤 대회를 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다. 한국유방건강재단과 아모레퍼시픽이 공동 주최하는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은 올해 12번째를 맞았다.

유방건강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이 대회에 여대생 박 모양은 어머니와 동반으로 참가했다. “가족과 함께 참여해서 뜻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유방암 방지라는 대회 취지도 맘에 들었죠”
박 양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배울 수 있었다.

“준비하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쉽게 포기하려 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달렸어요.” 굳게 다짐하고 달린 덕분에 박 양은 1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우리대학의 윤승철(문예창작2) 군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윤 군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사하라 사막,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중국 고비 사막에서 극지 마라톤을 해냈다. 그는 오는 11월 남극 마라톤을 성공하면 세계 최연소 극지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가장 추운 남극 마라톤만을 남겨둔 윤 군은 마라톤에 참가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목표액 300만원이 넘은지는 오래. 지금까지도 SNS로 많은 사람들이 살인적인 극지 마라톤을 끈기있게 해내는 윤승철 군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취업과 스펙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대학생들에게 달리기 문화는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어 나타났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에서 ‘진짜 내 두발’로 달리는 역동적인 기분전환. 거기에 성취감은 덤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잔을 부딪히며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남산에서 함께 달리며 상쾌한 자유를 만끽하며 날려버리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젠 날씨도 제법 선선하다.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질 준비를 해둬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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