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현 교수

세계 최초의 문명은 오늘날의 이라크와 이란의 일부지역에서 발생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기원전 3500년경부터 수메르인에 의해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 사이에 발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후 이집트, 그리스 등으로 전파되어 오늘날 서구문명의 기초를 만들었다. 당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지구라트라고 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함무라비 법전, 설형문자, 태음력 등과 같은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문명은 이민족의 침입과 이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들의 흥망성쇠가 거듭되면서 토지는 사막으로 변하고, 찬란한 문명은 모래로 변화하였다. 찬란한 문명이 모래알로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이 문명을 감싸고 있던 자연환경의 훼손에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숲이 황폐화되기 시작하면서 이후 문명의 흐름은 보다 숲이 울창했던 그리스로, 그리스의 숲이 훼손된 이후에는 로마로, 로마의 숲이 훼손된 이후에는 다시 독일과 프랑스 지역으로, 유럽의 숲이 훼손된 이후에는 신대륙인 미국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숲은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종종 주변 자연환경보다 인간이 가진 창조적인 지식만으로도 이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고대 이후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민족이 문명의 주축을 유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은 사람들의 지혜보다 우선한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국토녹화를 성공한 유일한 제3세계 국가로 알려져 있다. 문명의 수레바퀴가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으로 굴러왔듯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유지하고 있는 번영은 국토녹화를 통해 자연환경을 잘 유지해 온 공덕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류는 자연환경, 즉 생태계를 바탕으로 문화와 문명을 이루어 왔다. 이것이 생태계가 인류에게 주는 문화적 서비스이다. 문화적 서비스란 문화적 다양성, 영적 종교적 가치, 교육적 가치, 예술과 영감의 원천, 아름다움과 경관적 가치, 사회적 관계, 장소성, 문화유산 가치, 여가체험과 같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비물질적인 편익을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서비스의 평가와 향유는 개인이 가진 사회적 가치나 행동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동악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남산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숲을 품에 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남산을 옆에 두고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산 숲길을 걸어 보고, 남산이 주는 영감과 경관의 가치를 눈과 가슴에 담아 보자. 남산이 주는 영감이 동악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것이다. 남산이 주는 생태계의 문화적 서비스는 장차 미래를 이끌어 나갈 동악인들이 흡수해야할 풍성한 자양분이다. 남산은 동악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동악인에게 남산은 장소성이 강한 공간이며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소중한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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