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종종 주변 자연환경보다 인간이 가진 창조적인 지식만으로도 이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고대 이후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민족이 문명의 주축을 유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은 사람들의 지혜보다 우선한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국토녹화를 성공한 유일한 제3세계 국가로 알려져 있다. 문명의 수레바퀴가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으로 굴러왔듯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유지하고 있는 번영은 국토녹화를 통해 자연환경을 잘 유지해 온 공덕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류는 자연환경, 즉 생태계를 바탕으로 문화와 문명을 이루어 왔다. 이것이 생태계가 인류에게 주는 문화적 서비스이다. 문화적 서비스란 문화적 다양성, 영적 종교적 가치, 교육적 가치, 예술과 영감의 원천, 아름다움과 경관적 가치, 사회적 관계, 장소성, 문화유산 가치, 여가체험과 같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비물질적인 편익을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서비스의 평가와 향유는 개인이 가진 사회적 가치나 행동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동악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남산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숲을 품에 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남산을 옆에 두고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산 숲길을 걸어 보고, 남산이 주는 영감과 경관의 가치를 눈과 가슴에 담아 보자. 남산이 주는 영감이 동악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것이다. 남산이 주는 생태계의 문화적 서비스는 장차 미래를 이끌어 나갈 동악인들이 흡수해야할 풍성한 자양분이다. 남산은 동악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동악인에게 남산은 장소성이 강한 공간이며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소중한 교과서이다.
오충현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