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그날까지…

  엉큼한 십대의 마지막 내숭이라 생각했다. 고귀하고 도도하려 했던 보이기 위한 삶에서 ‘참 나’를 찾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관문(?)을 낯 뜨겁고 축축한 분위기에서 통과한 5월20일. 신문사의 ‘요지랄’을 익히는 수습이 되다.
  獸習(수습)이란, 뜬구름 잡는 ‘신문사의 감’보다는 확실히 뛰는 내 발만을 믿으며 밝혀낸 문제에 대해선 정확히 지면에 담아내는 지칠 줄 모르는 내가 돼야하고 취재를 위해 눈이 벌건 내가 돼야한다는 것. 그런 인고의 시간들을 나는 복날 넘긴 개 마냥 ‘헉헉’거렸다.
  딜레탕티즘에 빠진 호색가가 바라보는 일상에서 사물의 핵심을 파헤치는 기자가 되어 일선에 뛰어들었을 때 느낀 반미, 계급투쟁, 노동해방, 조국통일….
  이런 낯선 의미들에 고뇌하기 시작했고, 허리 잘린 동강난 내 조국을 사랑하는 이 땅의 청년임을 부인하진 않겠다.

  무사안일과 나태함에서 벗어나 발전적 비판력이 번뜩이는 철저한 시각을 원하면서도 수습답기 위한 노력보다는 능력부족을 함부로 남발하는 꼴불견과 고매한 진리의 상아탑이기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흑에 대한 백의 논리가, 청의 독선이 홍의 독선으로 서로 아파할 때 해결의 실마리는 고사하고 기자로서의 무게 중심마저 잃어버리고 비틀거렸다.
  동국의 오늘을 게으름의 벽에서 진단한 기사뭉치가 취재부의 데스크가 아닌, 내 눈앞에서 쓰레기통으로 공중분해 당하는 그 슬픔도 구태의연한 모습에 감추며 눈물을 참기 위해 서러운 하늘을 쳐다보길 몇 번…….
  “지랄하네, 야, 너 기사마감 다 시키고 딴 짓 하는 거야” “그래, 정신 차리자” 선배의 신랄한 구박 이전에 생산성 없는 탁상공론은 이젠 집어 치우련다.
  ‘동대신문’ 사랑한다. 사랑의 맹세는 짧고 진하다.
  동국의 명예를 지키는 기자가, 그리고 조국의 통일과 민주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청년으로서 진실만을 전하는 참 빛 참소리가 되련다.
  ‘동대신문’의 순결한 지면을 더럽히지 말라는 선배의 충고에 당찬 오기와 분노를 싱싱한 땀으로 되갚기 위해 내 취재수첩을 든 손에 힘을 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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