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환스님(불교대학원장)
우리 동국대에는 타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정각원’이라는 특이한 공간이 있다.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문화재이자 법당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교직원 법회와 학생들의 수요법회, 그리고 일반신도를 위한 토요법회가 매주 열린다. 그뿐 아니라 교양필수인 ‘자아와 명상’ 수업을 행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각원에 들어가 보면 부처님 뒤에 둥근 그림이 눈에 띄는데, 이 둥근 원을 광배(光背), 또는 후광(後光)이라 한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어둠을 없애고 진리를 밝히는 빛을 상징화한 것이다. 불상은 조성된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특히 탱화에 그려진 광배를 보면, 대체로 두광(頭光)과 거신광(擧身光)의 두 종류가 있다. 두광은 머리에서 나오는 광명이고, 거신광은 몸에서 나오는 광채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두광은 대부분 둥근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광(圓光)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방사선 모양과 불꽃이 타오르는 화염광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이러한 자비광명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므로 무애(無碍)광명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누구의 후광이냐?”라든가 “누구의 후광을 입었다”고 할 때 ‘후광’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후광의 의미는 본래의 뜻과 달리 변질되어 있다. 욕망과 허욕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의 후광, 즉 그 힘을 빌리는 의미로서 나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도 실은 다 이 후광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빚어낸 행위의 결과이다.

경전에서도 나쁜 짓만 일삼는 야차가 부처님의 광배에서 한 조각의 빛을 훔쳐가지고 다니면서 보살 행세를 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후광의 빛을 잃게 되자, 마침내 망신을 당하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은 남의 후광에 기생하려는 간교한 무리들을 경계하는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후광은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저질러온 나쁜 습성,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환하게 비추어 주는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던 먼지가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로 인해 비로소 먼지가 보이는 것처럼 그 빛은 올바른 진리의 길로 인도하게 하는 지혜의 빛이자, 무명을 깨뜨리는 광명의 빛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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