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란, 슬기로운 사람들이 조소(嘲笑)를 하면서 복종하는 전제군주(專制君主) 같은 것이라고 일찍이 그 누군가가 말한 바 있다. 더욱이 유행이란 게 한 시대상(時代像)을 반영시키는 구실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다면, 굳이 쌍지팡이를 집고 나서서 유행의 물결을 막으려 들거나 말살해 버리려고 악을 쓸 필요까지는 없을 성 싶다. 누구나가 색다른 유행에 처음 부딪칠 땐, 비위에 거슬리거나 얼핏 수긍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얼마만큼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물결에 동화하거나 끝내는 복종하기 마련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여성들의 ‘미니’란 게 바로 그런 것으로, 당초엔 그것을 입은 당자보다는 보는 이가 되려 얼굴이 붉어져 하던 것이 엊그제의 일 같은데, 요즈음에 와선 예사롭게 되어버렸다. ‘맥시’로 불리는 무릎까지 완전히 덮는 거추장스런(?) 느낌이 드는 의복의 유행이 상륙 직전이라고들 한다. 미상불 유행의 변천을 피부로 느끼는 요즈음이다. 그리고 장발족(長髮族)들의 수난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대만에서도 단속기준까지 세워가면서 미풍양속(美風良俗) 방위에 혈안이다. 적발의 대상이 되어 삭발을 당하고 있는 그들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게 될 때 그들을 탓하기 전에 어쩐지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단속에 앞서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사전경고나 하다못해 적발대상과 범위를 예고라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무궤도한 히피적 장발족들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유행의 본질을 파악하여 본인에게 어울릴 정도로 조발이 제대로 되어있는 말하자면 짧게 깎던 시절과는 정반대되는 세계의 추세에 알맞은 정도라면 아량과 관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성한 사각모(사각帽)를 우정, 찢어서 와세린을 처덕처덕 바르고 간장에 찌든 수건을 꽁무니에 차고 다녀도 사회의 지탄을 받기커녕 학생들의 애교 있는 젊음의 발산과 특권으로 왜경(倭警)들도 봐주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나와 대학에 온 학생들의 이구동성의 불평 아닌 실망이 있다. 희끗 희끗한 머리에다 굵직한 테(연구를 많이 해서)의 안경을 낀 정장(正裝)한 교수들의 이미지만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6ㆍ25후까지만 해도 교수들은 모자 없이는 학교에 못 들어가리만큼 점잖은(?) 한 때가 있었다. 어느 틈에 야금야금 맨 머리가 등장하더니 이젠 모자를 쓰는 편이 이상할 정도가 돼버렸다. 캡을 쓰게 되면 경망스럽고, 베레모를 쓰면 예술가 행세요, 등산모라도 쓰게 되면 상인이라고 쑥덕공론들이다. 교수가 자기 나름의 모자를 쓰고, 치마 길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머리가 다소 길다는 외형적인 현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작 마음의 미니, 마음의 히피가 아니겠는가. 미니의 길이로 여학생의 학점을 주는 돈키호테식 교육은 지양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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