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사회에 대한 지나친 위기의식

지성적 직업인 될 자질, 사회비판 능력 구비
교육 및 연구ㆍ복지 시설 확보하도록
대학은 능동적 가치관 연구

  ◇…오늘날 선ㆍ후진국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가는 사회문제의 하나는 대학생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反體制運動(반체제운동)(젊은 세대가 舊(구)세대의 제도와 질서에 반대)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反體制運動(반체제운동)이 바로 요사이 흔히 사용되는 ‘스튜던트ㆍ파워’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하겠다. 정치학 사회학 교육학 등의 각 분야에 걸친 많은 학자들은 이에 대하여 연구와 분석을 전개해 왔으며 특히 최근에 와서는 ‘스튜던트ㆍ파워’에 관한 해설에도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의 연구와 노력은 학생문제가 발생한 후에 있어서 이에 관한 검토와 분석 끝에서 얻어지는 가설을 수립하는데 불과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그 전제조건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하겠다. 여기에서 필자는 그 해결안을 강구한다기보다도 우선 그 해결안의 전체가 되는 조건 즉 ①학생사회의 성격은 어떠한 것이며 ②학생운동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파악해야 할 것인가 ③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려면은 최소한 어떠한 조건이 구비되어야할 것인가에 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1. 學生社會(학생사회)의 성격
  우리가 학생을 지도하는 데는 그것이 집단적이건 개별적이건 간에 제일 먼저 학생사회라는 ‘특수성’을 이해 파악해야할 것이다. 그 특수성이란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들은 자유로운 의식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에 관계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도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생각할 뿐 아니라 그것을 대변할 권한까지는 갖고 있다고 자처한다. 그리고 이들은 위기의식과 부담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對外的(대외적)으로는 사회의 부정과 불의에 대하여 항거하고 대내적으로는 학교 내의 행정문제, 등록금문제, 교과과정문제 等(등)에 대하여 강력히 불만을 표시한다. 이에 더하여 일반사회에서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순수하고 덜 부패한 것이며 그 동기와 목적이 학생들의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사회 전체를 위하는데 있다’고 보통 선의로 해석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집단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더 동질적(연령ㆍ출신ㆍ교육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음)이고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특수한 존재로서 그들의 행동은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단기적이고 단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극히 관대한 취급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들고 나오는 문제는 단순한 학생생활에만 관계되는 문제가 아니며 또 그들이 들고 나오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스튜던트ㆍ파워’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우리는 그들의 정신의 위험성과 한계성을 분명히 제시해 주는데 온갖 힘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2. 學生運動(학생운동)의 성격
  우리가 학생운동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종래와 같이 그저 ‘학생운동이란 무엇인가’하는 식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학생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왜냐하면 1960년대의 학생운동상황만 보더라도 앞으로 그 운동형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지는 예측하기 곤란하다. 그들이 대결하고 있는 문제가 존속되는 한 학생운동도 계속 전개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서 1960년대 세계 각국에서의 학생운동이 갖고 있는 공통적 내지 특이한 성격을 봄으로서 최근의 학생운동의 성격을 이해ㆍ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구미제국의 학생운동은 이데올로기的(적) 면에 있어서는 불투명하나 그들은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어떤 새로운 질서를 모색한다는 운동이었다는데 反(반)하여 신생諸國(제국)의 학생운동은 민족주의라는 강한 이데올로기的(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반독재ㆍ민주주의 사회제도의 확립을 위한다는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학생운동 내지 학생세력은 사회 변혁에 중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즉 구미에 있어서는 역사적으로 사회변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왔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보수 세력으로 변질되어간데 反(반)하여 학생들은 여전히 대중지지의 잠재 세력으로서 존속하면서 이른바 도덕적인 곤경으로부터의 탈피운동(미국), 천부의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반체제운동(프랑스), 인간의 자유를 확장한다는 운동(공산권) 등을 전개하였다. 이에 대하여 신생諸國(제국)에 있어서는 그 조직이 용이하고 근대적 교육을 받은 학생집단과 대등할 만한 사회집단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역사적으로 사회변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가 있었다.(印尼(인니)ㆍ버마ㆍ인도ㆍ월남ㆍ터키ㆍ한국의 4ㆍ19等(등)이 이에 해당될 것임)

  셋째로 최근의 학생운동은 국제적인 연관성을 띄고 전개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68년 2월부터 同年(동년) 5월 사이에 20여개 국가(佛(불)ㆍ미국ㆍ서독ㆍ이태리ㆍ브라질ㆍ스페인ㆍ멕시코ㆍ에디오피아ㆍ이집트ㆍ스웨덴ㆍ스위스ㆍ덴마크ㆍ폴란드ㆍ체코슬로바키아ㆍ일본 등)에서 변혁을 위한 학생데모가 있었던 것을 상기할 수 있다. 이는 상술한 학생사회의 특수성과 동일성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서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넷째로 오늘날의 대학은 세계 속에 있으면서도 세계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고 있는 존재로서 그 본연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싸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대학으로부터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또는 사회가 스스로 그것을 이행치 않을 때는 그들이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학생운동의 성격은 어떠한 배경 아래 이루어 졌는가? 이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과학기술이 가져온 혁명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규모 학생운동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것은 표면상으로는 인종분쟁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인종분쟁 그 자체는 농업의 기계화와 공업의 기술발달로 인하여 다대한 충격을 받게 된 흑인노동자들에 대한 동정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신생諸國(제국)의 경우는 經濟(경제) 및 産業技術(산업기술)의 未發達(미발달)과 인구의 과잉상태는 文化(문화) 및 경제면에 있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나타냄으로서 학생들로 하여금 그 격차를 축소시키려는 혁명적인 의식을 고조시켰던 것이다. 거기다가 ‘혁명전쟁’의 위협은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무력감과 초조感(감)을 갖게 하였고 한편 급변하는 시대에 對應(대응)하지 못하는 대중의 전통적인 학문은 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대책을 제시해주지 못 하였다. 여기에 학생들이 하나의 사회세력으로서 등장하여 그들 나름대로의 희망과 요구 및 대책을 내세우게 된 것이었다.


  3. 大學社會(대학사회)의 諸條件(제조건)
  종래 대학의 사명이라 하면 보통 대학은 국가적인 현실과 그 요구를 떠나서 인간완성을 강조하는 기관(장소)이다, 또는 ‘대학은 보편적이며 통일적인 진리탐구를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정치적 기타 사회 세력으로부터 독립하여 학문의 자유를 가진 상아탑’이라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교수방법이나 시험제도 그리고 그 운영방침 등이 대부분 권위주의에로 흐르게 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대학은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 나아가서 직업인으로서의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준비기관이며 사회비판을 감당할 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의 사명觀(관)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태도와 그에 따르는 대학관의 혼란이 생김으로서 ‘스튜던트ㆍ파워’를 조장하는 계기가 된다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 대학의 사명관은 수정되어야할 것이며 이를 수정하는 데는 위의 두 가지 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구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現(현)대학사회는 사회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과 대학은 사회의 제반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치관념을 연구하고 그것을 보존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간에 걸쳐 변질 발전한 인류문명사(특히 과학문명)는 그 전 50년을 소급할 수 있는 인류문명史(사)의 총결산보다도 훨씬 지대하다고 생각될 뿐 아니라 시대적 감각에 부합되는 대학발전의 기본적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敎授(교수)하는 사람은 과거와 같이 상아탑 속에서의 효과적인 가설을 정립함은 물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오늘날의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시설이 충분해야 함은 물론 복지시설이 더욱 重要(중요)시 된다. 우리나라 現(현)대학사회의 시설은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수준이하라 하겠다. 각 대학의 학급 단위는 대규모적인데 반하여 이에 수반되어야 할 각종 시설 즉 교수연구실 도서관 실험실 학생회관 기숙사 세미나室(실) 等(등)이 완비된 대학은 거의 없어 교수와 학생이 모여서 충분한 토론과 정담을 나눌 수가 없다. 대학은 하나의 共同體(공동체)이며 이 共同體(공동체)적 意識(의식)과 협력의식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셋째로 교수와 학생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물론 대학생들의 외국대학생과의 교류가 또한 필요하다. 일반 사회가 대학사회를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고 대학사회가 기대하는 응분의 배려가 없을 때에는 대학사회는 반항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사회는 교수나 학생이 연구한 성과에 따라 그에 해당되는 급부가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졸업생들의 취업기회의 보장은 학생사회의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만일에 이러한 것이 하루속히 이룩되지 않을 경우에는 교수와 학생을 위한 학풍조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교수나 학생들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대학생과의 교류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큰 의의가 있고 그들의 창의성과 개발정신을 함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 있어서 편협된 경쟁의식으로 인하여 가끔 일어나는 학생소란도 외국학생들과의 교류가 자주 있음으로써 어느 정도의 미연의 방지가 될 것이다.

  넷째로 대학생은 대학생으로서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갖는데 노력해야 한다. 대학생의 자주성 내지 독자성이라 하면 학생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창조적으로 자아를 전체에 적응시킴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학창시절이란 장차 학생들이 졸업 후 實社會(실사회)에 나아가 지성인으로서의 사회를 올바르게 비판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기간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다. 만약 학생들이 이와 같은 목적 관념을 갖지 않고 그저 적당히 놀고 적당히 게으르기만 한다면 장차 그들이 사는 사회는 편협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생활 실태는 어떠한가. 시내 어느 大學(대학)의 경우에서 8개 항목에 달하는 내용의 여론조사(70年(년) 6月(월)3일부터 8일까지 400여 명의 학생을 상대로 함)에서 나타난 그 특성만을 간추려 보면 ①근원적인 학문추구보다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지식을 흡수하는데 치중하고 ②높은 소비성(용돈 1인당 5천원에서~1만원線(선)이며 주로 유흥비가 많음)과 안일한 생활 태도가 많이 나타나 있고 ③독서 시간은 하루에 거의 1시간 내외 그나마 학술적인 서적보다는 문학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볼 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의식의 저변에는 대학생으로서의 특수성 내지 自主性確立(자주성확립)의 努力心(노력심)이 不足(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불과 4백여 명이라는 대상자의 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이 나라 대학생의 생활 실태 분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 앞으로 대학생들은 각자의 자주성과 독자성 확립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대학사회의 경영관리자 중심의 體制(체제)문제, 대학사회의 위신을 높이기 위한 대학 外的(외적)문제, 대학 사회 내의 인간관계 개선 문제, 대학생들의 자율적 운영 문제, 等等(등등)이 있으나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대학사회의 현실은 이상에서 언급한 諸般(제반)문제에 관하여 너무나 소홀히 되고 있다. 각 대학은 물론 정부 및 일반사회도 이에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야 하겠다. 그렇게 함으로서 이 나라의 건전한 대학사회와 건전한 민주국가를 더욱 발전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