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세요!’, 삶의 감각들!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워낭소리’의 성공 후, 올해 연이어 개봉한 ‘말하는 건축가’, ‘레드마리아’, ‘달팽이의 별’은 극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정성의 맛을 전해준다.
5월 말 등장한 ‘안녕, 하세요!’도 감동 화제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혜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유치원에서 고등부까지 12년간 교육을 수행하는 이 학교는 전교생 ‘1인 1악기 연주’를 비롯하여 온갖 감각교육을 통해 예술가를 키워낸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기질과 특성이 다른 아이들의 일상이 따로 또 같이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통통한 볼이 귀여운 지혜는 장난꾸러기이다.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아도 화장실에서 휴지풀기 놀이를 한다. 목청이 좋은 보혜는 열심히 창을 배우고 연습하여 판소리 대회에 나가 상도 받는다. 승원이는 방학 때 보길도 집에 내려가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바다를 느껴보기도 한다. 희원이는 직접 촬영을 해보겠다며 교정을 누비며 카메라를 돌리기도 한다.

이들은 전혀 못보는 전맹이거나, 희미한 빛 정도 감지하는 저시력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노라면 시각을 중심에 둔 정상, 비정상의 구분은 사라져 버린다. 흔히 인간은 오감 혹은 육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매우 예민하게 살아있는 감각적 존재이다. 눈이 안보여도 악기를 연주하고, 공을 굴리며 골문 안에 던져 넣는 청각과 촉각, 아니 온 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들은 온감각을 활용해 요리도 하고 친구와 뛰어놀기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우정을 다진다. 식판에 나오는 식사도 어디가 반찬이고, 어디가 밥이고 국인지 맞춰가며 골고루 젓가락 방향을 돌린다.

흔히 “눈보다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며 횡행하는 격언은 이 작품을 보노라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한 감각이 닫히면 온 맘과 맘의 감각이 더욱 열리는 반전의 경지이다. 장애인이라는 틀에 갇혀 상처 속에 살기보다 예술행위와 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의 삶은 시각이 열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자극을 준다. 온몸의 감각으로 세상과 자신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이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늦기 전에 서둘러 이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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