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석 동문
진보정당이 제3당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애정과 지지가 있었다. 보수일색인 정치지형에서 진보정치의 꽃이 어렵게 몽우리를 맺었다. 그러나 그 꽃은 만개하기도 전에 부정·부실 선거와 중앙운영위원회 폭력사태로 인하여 무참히 짓밟혀지고 있다.

어렵사리 피어올린 진보정치의 꽃을 짓밟아 뭉개고 있는 주체는 바로 통합진보당 스스로다. 그 사실이 무척 괴롭다. 중앙운영위 생중계를 통해 폭력의 광경을 생생하게 목도한 국민들도 당혹과 충격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진보정당이 이명박 정권의 비민주성과 공권력의 과잉폭력을 비판할 자격이 있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런 질책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참여연대에서 20여 년간 활동했던 시민운동가가 진보정치인이 되고자 한 이유는 진보정치가 확장되어야 대한민국 99% 국민의 이익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덕성이나 민주주의 가치가 기성정당 보다 더 깊이 체화되어 있을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서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는 불미스러운 과정은 통합진보당이 품고 있는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다. 구조적 근본적 진단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으나 당내 정파질서에 의한 패권주의의 만연이 주원인이라 사료된다.

그러나 패권주의 하나로 통합진보당을 포기할 순 없다. 한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이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말해줄 수 없듯이 말이다. 오랜 반독재투쟁의 과정에서 내부의 성찰과 혁신이 미흡했고 그것이 누적된 탓에 고착된 결함이 시민과 불통하는 패권주의를 양산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통합진보당이 오랫동안 지니고 있었던 이 결함을 도려내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위기에 처해진 건 분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혁신비대위가 구성되었다. 혁신비대위는 재창당 수준의 쇄신작업에 돌입하였다. 혁신비대위의 강기갑 위원장은 “진보를 무덤으로 끌고 갈 수 없다”라면서 봉합하거나 수습하지 않고 반드시 혁신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일각에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정태인 원장 등이 발기하여 ‘진보시즌2’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파 구성원들이 다수 당원이 되어 당 운영을 주도했다면 이제부터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진보정당에 입당하여 진보정당을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플랫폼 정당으로 돌려놓자는 운동이다. 정말 희망적인 사태의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의 지지와 응원이 없으면 혁신비대위는 성공할 수 없다. 진보정당의 역사동안 서서히 뿌리를 내리며 키워왔던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는 일이 절대 쉬울 리 없다. 시민과 소통하며 근본부터 성찰하고 혁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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