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⑮ 핀란드 Laurea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나는 늘 북유럽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북유럽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서유럽과 달리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이 때문에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핀란드는 여러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매서운 날씨와 오후 네시면 시작되는 칠흑같이 어두운 긴 겨울밤. 그리고 해가 떨어지지 않는 백야까지, 핀란드는 신비로운 계절을 가진 나라다. 또 말로만 듣던 북유럽 국가의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 또 청정의 호수와 아름다운 숲에 대한 호기심은 나를 핀란드로 이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핀란드가 ‘교육 선진국’이라는 점이 나를 이곳으로 향하게 했다.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도 유창한 영어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그런 놀라운 체험을 또 어디에서 할 수 있겠는가?
 
늦으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강의실
내가 다니고 있는 라우리아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기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에스푸라는 지역에 있다. 라우리아 대학교는 각 도시에 단과 대학들이 흩어져있는데, 내가 공부했던 라우리아 레파바라에서는 경영학을 배울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학교 외관을 보고 실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건물 두 세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캠퍼스도 없이 건물 몇 개가 전부인 작은 학교. 그러나 허술했던 외부에 비해서 내부는 ‘아, 외국 대학은 이렇구나’ 생각될 정도로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의 시작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강의실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핀란드 학생들은 시간을 엄수하여 수업에 참여한다. 이러한 첨단 강의실과 컴퓨터실, 지하의 카페테리아, 그리고 로비의 커피하우스와 작은 도서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작은 학교다.

실용성 중시하는 수업
나는 전문적인 전공 지식을 요하지 않는 교양 수업을 많이 들었다. 이러한 수업은 주로 실무 경영자를 초빙해서 강연을 듣는 식으로 많이 진행됐다. 전공 서적 위주의 이론 강의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실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또한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 학급 친구와 토론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찾고 발표하는 식의 수업 방식도 좋았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주입식이 아니라 수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기 말에는 반드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앞에 나가서 자신이 준비한 원고만 쭉 읽다 들어오는 한국 학생들과 달리, 유럽 학생들은 원고가 없이도 자신이 준비한 정보를 술술 전달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다. 이곳 핀란드에서는 ‘영어를 배운다’기보다는 ‘영어를 사용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완벽한 영어를 수업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다. 그러나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돼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라우리아에서는 한 명의 튜터가 한 명의 교환학생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튜터가 핀란드 현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튜터는 나보다 한 학기 일찍 라우리아에 도착한 파키스탄 친구였다. 공항 픽업이나 학교 투어 혹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는 착한 친구였지만, 핀란드 인의 생활 방식이나 문화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약간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라우리아로 파견된 교환학생들은 파티를 정말 많이 여는 편이다. 파티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정도인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고정적으로 열린다. 이 파티는 정말 술 마시고 춤추고 노는 파티일 뿐이지만 가장 활성화된 사교의 장이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이다.

북극에서 마주한 오로라의 신비함
핀란드에 온 이후로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북극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학교에서 7박 8일 간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북극 여행을 주최했는데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최북단에 있는 ‘라플란드’라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눈으로 덮인 이곳에서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도 볼 수 있고, 수오미(SUOMI)라고 불리는 핀란드 전통 부족이 사는 마을에도 방문할 수 있다. 뜨거운 사우나를 마치고 노르웨이 북극해에 뛰어들 수도 있고, 밤이면 초록빛으로 빛나는 오로라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오로라는 정말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여행을 갔던 7일 내내 또렷하게 빛나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는데  눈을 의심할 만큼 푸른 오로라가 하늘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순간의 감동과 환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하다
평소 나는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는데, 이곳에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 친구들에게도 그냥 편하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시작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국적과 언어, 문화가 다르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은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서 누군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가 같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도 소심한 성격 탓에 아쉽게 놓쳐 버린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나 스스로 적극적이고 활발해지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윤정화 (신방4)

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남는 것이 정말 많았다. 한 주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조사하고, 책 읽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 뿐 아니라 외국 친구들을 사귀고 여행도 많이 하면서 보낸 교환학생 생활은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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